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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기간 짧으면 이자 더 드려요" 제로금리 시대 '기현상'


입력 2019.10.28 06:00 수정 2019.10.28 05:43        부광우 기자

장기 고금리 보장 부담에…씨티은행 정기예금 이자율 '역전'

"목돈 맡길 곳 없네"…기준금리 추락 속 은행 상품 매력 '뚝'

장기 고금리 보장 부담에…씨티은행 정기예금 이자율 '역전'
"목돈 맡길 곳 없네"…기준금리 추락 속 은행 상품 매력 '뚝'


한국씨티은행 프리스타일 정기예금 금리 구조.ⓒ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에서 가입 기간이 짧으면 오히려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했다. 이 같은 이자율 역전은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추세가 불러온 기현상으로 풀이된다.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서 제로금리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오랜 기간 목돈을 맡겨둘 만한 은행 예금 상품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씨티은행은 자사의 프리스타일 정기예금 상품에 대해 예치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일 때는 최대 1.10%, 그 미만일 때는 최대 1.55%의 연 이자율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금리 체계를 조정했다.

항목별로 나눠보면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는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연 1.00%다. 통상 돈을 오래 맡길수록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방식이 은행 예금 상품의 일반적인 구조임을 감안하면, 이렇게 일괄적인 기본 이자율만 해도 사실상 금리 뒤바뀜이라는 평이다.

여기에 우대 금리 항목을 더해 보면 씨티은행 정기예금의 특이한 금리 형태는 더욱 분명해진다. 프리스타일 정기예금은 1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1년 6개월 미만으로 넣을 때 0.55%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보다 가입 기간이 긴 계좌에는 이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신 받을 수 우대 금리는 인터넷 가입 시 제공되는 0.10%포인트뿐이다.

씨티은행은 이 상품을 제외한 다른 정기예금에 대해서도 가입 기간과 무관하게 통일된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모든 정기예금에서 장기 가입에 따른 메리트를 없앤 셈이다. 씨티은행의 일반 정기예금과 자유회전 정기예금 상품 역시 모든 예치 기간의 연 기본 이자율은 1.00%로 같고, 우대 금리도 온라인 가입에 따른 0.10%포인트만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씨티은행이 장기보다 단기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비교적 유리한 이자율을 제시하는 배경에는 저금리에 따른 부담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낮은 기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으로서는 장기간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을 팔면 손해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정기예금에서 장기 금리를 낮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입 기간이 짧을 때의 이자율이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티은행 정기예금의 남다른 이자율 산출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불러온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 경기 부양을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리기 시작하면서, 은행 예금 이자율의 추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 첫 0%대 기준금리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전망에 국내 금융권의 긴장감은 남다르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제 올해 기준금리를 다시 건드릴 수 있는 한은 금통위가 다음 달 말 한 차례밖에 남지 않아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렵겠지만, 내년 중 1~2차례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00%를 밑도는 한은 기준금리가 현실화할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금융 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글로벌 금리 흐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금리 인하다. 또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17개국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정책금리를 내렸고, 그 중 7월 이후에만 15개국이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조만간 국내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율 역시 0%대 추락이 멀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정기예금 상품들의 금리가 1%대 초중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자 은행들이 이를 즉각 반영하기로 하면서다. 은행 상품에 목돈을 넣어 두려는 고객들로서는 기대 수익이 예전만 못해진다는 얘기다.

주요 은행들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들의 연간 금리는 ▲신한은행 신한S드림정기예금 1.35% ▲KB국민은행 KB국민UP 정기예금 1.50% ▲우리은행 우리SUPER주거래 정기예금 1.50% ▲KEB하나은행 N플러스 정기예금 1.50% ▲NH농협은행 왈츠회전예금Ⅱ 1.59% 등으로 내려온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금융 상품 이자율 하락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은행들이 확정 금리형 장기 상품 판매를 꺼리게 되면서 단기 상품의 이자 여건이 오히려 나아지는 특이 현상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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