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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김재원 '콤비' 제대로 먹혔다…黃 독주 견제·투쟁력 선택


입력 2019.12.10 02:00 수정 2019.12.10 05:46        송오미 기자

黃 단식 후 친정체제 가속화·나경원 불신임 등 리더십 논란

반황 표심 결집해 비주류·비황 심재철 당선…"黃 독주 제동"

투쟁력 심재철·전략통 김재원 '콤비'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

黃 단식 후 친정체제 가속화·나경원 불신임 등 리더십 논란
반황 표심 결집해 비주류·비황 심재철 당선…"黃 독주 제동"
투쟁력 심재철·전략통 김재원 '콤비'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황교안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박계(非朴·비박근혜)·비황계(非黃·비황교안)로 분류되는 5선의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이 9일 선출됐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친박계(親朴·친박근혜)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뽑혔다.

최근 주요 당직 인선과 '나경원 불신임' 건 등으로 불거진 황교안 대표의 '제왕적 리더십' 논란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반황(反黃·반황교안) 표심'이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지만, 대여투쟁력·계파·지역 안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원들의 전략 투표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강한 '대여 투쟁력'을 앞세운 심 원내대표와 당내 최고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 정책위의장 '콤비'가 의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심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김 의원을 영입한 것을 놓고선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재철·김재원 조'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총 106표 가운데 52표를 획득해 '강석호·이장우 조'(27표), '김선동·김종석 조'(27표)를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됐다.

앞서 1차 투표에서 '심·김 조'는 39표를 받았으나, 과반을 얻지 못해 28표를 얻어 공동 2위를 차지한 '강·이 조', '김·김 조'와 함께 '3파전'으로 결선 투표를 치렀다. '유기준·박성중 조'는 1차 투표에서 10표를 얻어 탈락했다.

당 장악력 커지고 있는 황교안에 '견제구' 날리고
초·재선 주요 당직 장악 불안감에 다선 손 들어줘
김재원 '욕실 노끈' 발언, 의원들 마음 녹였다는 평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와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총선을 앞두고 불어닥친 당내 쇄신 분위기와 세대교체론에 탄력을 받아 '김선동(재선)·김종석(초선) 조'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김선동 의원이 친황 핵심 그룹 '통합과 전진' 초·재선 20여 명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황심이 김선동 의원에게 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다. 당초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윤상현 의원(3선)이 지난 7일 "초·재선을 지지하겠다"며 출마를 철회하면서 이러한 관측에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의원들의 최종 선택은 5선과 3선 조합의 경륜으로 똘똘 뭉친 '심재철·김재원 조'였다.

당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 황 대표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것과 동시에 꽉 막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여야 협상 경험이 많은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 쪽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심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악법'"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투쟁하되, 협상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 불법특혜 취업 의혹, 최근에는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 의혹 관련 폭로 등을 하면서 '야성'이 강한 의원으로 평가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저희를 뽑아준다면, 곧바로 협상에 투입돼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자신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김 정책위의장은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책사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김재원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나 전 원내대표가 심 의원에게 김재원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붙여줬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맥주 회동'을 하면서 예산안 외에도 선거법·공수처법 관련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영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4선 중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야 대치 정국에서 선수와 의정 경험 활동 등을 고려해 여당과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팀을 뽑은 것"이라며 "심 원내대표는 투쟁력을 갖췄고,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김 정책위의장은 협상 전략에 매우 능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황 대표가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에 초·재선을 전면 배치하면서 당직자들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감 및 중진 용퇴론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즉 '반황 표심'이 결집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내가 20여 년 동안 정치판에 있었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초선을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앉히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초선, 0.5선 등에 선거를 맡길 수 있겠는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당직을 초·재선이 장악한 상태에서 원내대표까지 (초·재선에) 내어주면 '중진 물갈이론'이 더욱 탄력 받을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결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정책위의장의 '욕실 노끈' 정견 발표도 막판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의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 중 60명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김 정책위의장의 담담한 고백이 의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견 발표에서 2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가정보원 자금을 총선 여론 조사에 쓴 혐의로 '적폐 수사' 대상에 올랐을 때를 회상하며 "제 딸이 수능 시험을 치르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수사와 재판, 영혼이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다"며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혼절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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