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끌어낸 송은범…불펜 FA 기준점?
다소 부진한 활약에도 2년간 10억 원 계약
남은 3명의 불펜 투수 계약에도 영향 미칠 듯
잠잠하던 FA 시장에 4호 계약자가 나왔다. 바로 LG 트윈스 잔류를 선택한 베테랑 불펜 투수 송은범(35)이다.
LG는 18일 FA 송은범과 계약기간 2년 및 총액 10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및 인센티브 7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송은범은 “팀의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 투수들을 잘 이끌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명석 단장은 “계약을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 송은범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투수로 우리 팀 투수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는 바로 송은범의 가치가 과연 10억 원에 걸맞은가의 여부다. 무엇보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와 최근 커리어를 감안하면 다소 과한 액수라는 지적이 따르기 때문이다.
송은범은 지난 2015년 한화로 이적하며 4년간 34억 원의 FA 대박을 친 바 있다. FA 자격 획득 직전, 2시즌 연속 7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초대형 계약임에 분명했다.
FA 기간 중에도 송은범의 활약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7승 4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50으로 한 해 반짝 제몫을 했을 뿐 이전 3년간은 실망 그 자체였다.
LG로 이적해서도 송은범의 가치는 기대치를 밑 돌았다. 그는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뒤 26경기에 구원 등판해 2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에서 마이너스(-0.27)를 기록하며 비효율적인 투구를 펼쳤다.
송은범은 지난 3년간 2.53의 누적 WAR를 기록했다. 3년 중 2년은 마이너스 WAR였고 2018년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FA 미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그가 이끌어낸 2년간 10억 원은 3년간의 누적 WAR로 환산했을 때 약 1억 9763만 원으로 매겨진 셈이다. 이는 지난 3년간 FA 계약을 맺은 불펜 투수들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나이에서도 뚜렷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송은범은 반등보다 노쇠화가 더 걱정되는 투수다. 그러나 LG 구단은 그의 경험을 높이 사 다소 과한 10억 원의 계약을 안겼다.
송은범의 계약은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나머지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손승락의 경우, 송은범보다 2살 더 많지만 지난 3년간 약 3배에 이르는 WAR를 적립했고 키움서 FA 자격을 얻은 오주원은 송은범보다 1살 어린데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WAR를 쌓았다. 진해수의 경우 1점대 WAR에 그쳤으나 가장 적은 나이가 장점이다.
이들 모두 송은범에 비해 모자람이 전혀 없는 투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얼어붙은 FA 시장을 감안할 때 송은범만큼의 협상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만약 계약의 기준점을 송은범으로 삼는다면 협상의 진통은 생각보다 오래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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