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국면 들어서면 대화 시간 마련 자체가 쉽지 않을 것"
북핵문제 후순위 배치에 우려 표명…美대통령 교체 가능성 의식한듯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경노선 선회로 핵협상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은근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북미대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연말시한'을 넘어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 한 뒤 "문제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북미대화를 위해 시간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 상황과 이란 문제 등 여러가지 복잡한 일들이 많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며 "미국이 북한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외교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설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대선 등 다른 중요한 현안에 쏠리면 북핵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서는 미중관계를 제외한 외교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적으며, 특히 최근 불거진 이란 위기는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분산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진 북한은 다시 주목을 이끌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자칫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시나리오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축하 친서에 대해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다", "아주 긍정적이다"고 평가하며 "정상간 친분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유지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평가의 행간에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정상간 친분을 맺은 흔치않은 기회가 도래했으며, 미국 대선 이후에는 이같은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불량국가'로 분류되는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를 일종의 보상 제공으로 인식하고, 이는 북미관계와 한반도 핵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워싱턴 정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대북접근법을 무시한 덕분에 북미대화가 성사될 수 있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문제는 탄핵정국 등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미국 민주당 유력 경선후보들도 한반도 비핵화의 '대화를 통한 해결' 방법에는 대체로 공감한다고 보고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꺼내들고 긴장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