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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미룬 DLF 제재심…우리·하나銀 넘어 금융권 '초긴장'


입력 2020.01.17 06:00 수정 2020.01.16 16:0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최종 결론 일단 미뤄져…이달 말 추가 회의서 논의 지속

손태승·함영주 거취 직접 영향 촉각…금융권 쏠린 눈 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불거지며 논란이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시작됐다.ⓒ데일리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불거지며 논란이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시작됐다. 관련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를 정도로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예상대로 첫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제재의 수위에 따라 수장들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우리·하나금융그룹은 물론, 새해 경영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금융권 전반의 긴장감까지 고조되는 분위기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날 오전 DLF 관련 소비자 피해에 대한 제재심이 열렸다, 하지만 출석한 임직원 수가 많고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감안해 최종 판단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다음 제재심으로 연기됐다.


논란이 된 DLS는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 채권 금리와 연계된 상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에 연동한 DLF다.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금감원은 DLF 가입자들의 손실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점 차원에서 과도하게 영업을 밀어 붙인데다 내부통제가 부실해 사태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금감원은 제재심을 앞두고 사전에 두 은행을 상대로 기관 대상 중징계를 통보해둔 상태다.


아울러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도 금융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중징계인 문책 경고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이번 제재심에 직접 나와 소명을 진행했다. 금감원이 경영진들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냐고 보는지에 따라 징계 정도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금감원의 판단에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자율배상에 나섰다. 이렇게 피해를 보상해야하는 인원만 1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달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 6건에 대한 심의를 통해 40~80% 수준의 배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피해자별로 사례에 따라 최저 20%에서 최고 80%까지 은행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기준으로 각 은행들이 DLF 상품 손실이 확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자체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은 600여명, 하나은행은 400여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결론을 둘러싸고 은행을 넘어 우리·하나금융그룹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우선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제재가 걸려 있다는데 있다. 금감원이 예정대로 중징계를 강행할 경우 이들 모두 향후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앞으로 3~5년 동안 금융권 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얼마 전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되며 사실상 연임 수순에 들어갔던 손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상당하다.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온 함 부회장도 징계 확정 시 다음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 다른 금융사들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기준금리 추락으로 이자 마진을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비이자이익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점에 터져 나온 암초여서다. 비이자이익의 핵심은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인데, 그 중심 역할을 DLF와 같은 펀드가 해 왔다. 우리·하나은행 DLF 불완전판매를 두고 금감원의 메시지가 강해질수록 다른 금융사의 영업도 조심스러워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금융권의 수수료 실적엔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국내 8개 금융그룹들의 수수료 수익은 10조1852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3675억원) 대비 1.8%(1823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가 올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은 금융사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이자 이익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DLF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심화로 인해 전통적인 이자 수익에서 벗어나 비이자 이익 확대를 꾀하던 금융사들에게 이번 사태는 새로운 변수"라며 "당국이 DLF에 대해 강경한 신호를 내놓을수록 금융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에 확장 행보는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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