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롯데 이어 KB국민카드도 서비스 출시…여타 카드사들도 '만지작'
글로벌 인프라·모바일 앱 기반 경쟁력 확보 '유리'…"수익다각화 대안"
그동안 은행과 핀테크업체들이 주도해오던 해외송금서비스 시장에 카드사들이 하나 둘 도전장을 내밀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카드사들은 보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송금시한, 모바일앱 기반의 비대면 편의성 강화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은행권 대비 10분의 1 비용으로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니온페이 카드 결제망을 활용한 이 서비스는 수취인 카드번호(유니온페이)와 이름만 알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중국지역에 한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송금 수수료는 원화 환산 기준 100만원 이하 시 3000원, 100만원 초과 시 5000원이다. 기존 은행 스위프트망을 활용한 외화송금과 비교해 전신료와 중개 수수료, 수취 수수료가 없어 수수료가 낮다. 최대 수일이 소요되던 송금시간도 평균 30분 내외로 줄였다. 송금 방식은 모바일 앱(해외송금 메뉴)을 통해 즉시송금 또는 지연송금(송금 요청 2시간 후 송금 실행)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이보다 먼저 해외송금서비스에 나선 곳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다.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018년부터 신한은행 등과 손을 잡고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현대카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 중인 현대카드는 당시 해외송금 시간을 최대 3일로 단축하고 파격적인 송금수수료(3000원)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앱 ‘롯데카드 라이프’를 통해 해외송금서비스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10개 통화로 11개국에 3000~5000원(국가별 상이) 수수료만 내면 송금이 가능하며, 업계 최초로 베트남 은행 계좌에도 송금이 가능하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과 캐나다 등 송금국가를 20여개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카드 브랜드사인 비자(Visa) 역시 올 상반기 중으로 개인 대 개인 간 해외송금서비스인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카드 기반 자격증명을 사용해 상대방 계좌로 즉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드나 계좌번호만으로 개인간 해외송금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주요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필요한 만큼 비자와 협업을 통한 국내 카드사들의 해외송금서비스 출시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카드사들이 이처럼 해외송금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해마다 줄고 있는 수익을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대체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해외송금시장의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국내 해외송금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5조5000억원으로 3년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년 내에 그 규모가 20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혁신과 금융서비스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해외송금서비스 문턱을 적극 낮추고 있다는 점도 수익다각화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한다. 당초 은행이나 소액 해외송금업체를 통해야만 가능했던 카드사의 송금서비스 업무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문이 열렸다. 해외송금 한도 역시 지난해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연간 5만 달러 이내로 그 규모가 상향 조정돼 카드사들의 진입 유인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는 카드사는 중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만큼 해외 송금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높다"며 "국내 해외송금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해외송금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