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뿐만 아니라 방송 활동도 계획"
"뮤지컬 '투란도트', 가장 재밌었지만 힘들었던 작품"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1989년생, 올해로 서른둘이 된 배우 신나리는 벌써 무대에 오른지 14년차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을 품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잠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신나리를 설레게 하는 건 무대였다.
뮤지컬 ‘사랑을 찾아서’(2007)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넌버벌 ‘드림’(2009~2011), 퍼포밍 아트 ‘건곤감리’(2010), 연극 ‘뻐꾸기둥지’(2010) ‘소나기’(2011) ‘온조’(2015) ‘나쁜 녀석들’(2016) ‘동의자와 거부자’(2017), 역사 창작극 ‘아! 영종진’(2011), 춤극 ‘신시’(2016), 뮤지컬 ‘하늘정원’(2016) ‘베토벤 심포니’(2017) ‘투란도트’(2015~2019)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18~2019) ‘정직한 후보’(2019) 등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누비고 있다.
최근에는 6.25 전쟁 때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사들의 유해를 찾는 유해발굴을 주제로 한 뮤지컬 ‘귀환’에서 앙상블 배우로 함께 했다.
D.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보석처럼 빛나고 싶은 뮤지컬 배우 신나리입니다”
D.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
“그건 아니에요. 우연히 제 노래를 들은 선생님의 제안으로 연극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조정은, 민영기 선배님이 주인공으로 선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봤는데 너무 멋있어서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곧바로 창작뮤지컬을 만들어서 청소년연극제에 출품을 했고, 꿈의 무대였던 예술의전당에 서게 됐어요. 연기부문에서 장려연기상을 받았고, 그 순간 ‘평생 이 무대 위에 있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의 꿈이요”
D. 만약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음. 아마도 침을 놓고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부모님께서 간호 쪽이나 한의 보건대학을 원하셨거든요. 사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잘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시 학교에 가려고 간호대학에 원서를 낸 적도 있었어요. 하하”
D.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왔는데, 첫 무대에 섰던 그때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대학교 1학년 때 선배들과 함께 했던 외부 공연이었어요. ‘사랑을 찾아서’라는 공연이었는데 멀티를 담당했어요. 첫 공연 전날에 교통사고가 나서 무대에 못 설 뻔했는데 선배님께서 ‘배우는 말이야 아파도 티내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 중에 ‘배우’라는 단어 하나가 계속 맴돌더라고요.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아픔, 긴장도 잊었어요. 다행히 무탈하게 공연도 마쳤고요”
D.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알콜중독자 캐릭터를 맡았던데, 사실 술을 한잔도 못 드신다고 들었다.
“정숙자라는 역할이었어요. 음주를 못하는데 알콜중독자 캐릭터를 맡게 돼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캐릭터를 위해 소주병을 몇 개를 흔들어보고, 열어봤는지…. 평생 할 술 구경을 그 때 다 했어요. 하하.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정숙자라는 캐릭터를 나만의 느낌으로 다 표현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작품이거든요”
D.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공연을 본 관객들의 평가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않나.
“맞아요. 그래서 ‘이 배우, 정말 (캐릭터와)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역시 이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D.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는 것 자체로도 좋지만, 앙상블 배우로서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투란도트’에 참여했을 때가 딱 그랬어요. 가장 재미있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초반엔 앙상블로 춤을 많이 추고 동시에 노래를 불렀는데 이후엔 리프트를 하면서 노래를 해야 했어요. 정말 힘들더라고요. 리프트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게 몇 배로 많은 연습을 필요로 했거든요”
D.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큰 그림 속에 배경 같은, 없어서는 안 될 또 다른 주인공”
D. 앙상블 배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체감이 될까?
“이전엔 앙상블이라고 하면 노래와 연기가 부족한데 춤만 잘 추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앙상블 보단 주인공에게만 시선이 쏠렸던 게 사실이죠. 확실히 요즘은 조금 달라진 걸 느껴요. 앙상블을 ‘공연의 꽃’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아요. 감사할 뿐이죠. 사실 앙상블 배우는 작품 안에서 작은 배역을 맡고 있어도 프로필에 그 배역 이름이 나오질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관객들은 그 배역을 알고 싶어도 알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버릴 수밖에 없고요. 그 부분은 너무 안타까워요. 공연을 만드는 분들부터 작은 배역이라도 세심하게 (MD북 혹은 캐스팅보드에) 배역 이름을 기재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어요”
D.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공연뿐만 아니라 방송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 최종 목표가 ‘큰 사람’이 되는 거예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