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포인트 잘못 잡은 '코로나19' 위로송
'벚꽃엔딩', 뒤늦은 차트인...지난해보다 1주 늦어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음원차트까지 바꿔놓았다. 과거의 팝음악이 빌보드 차트에 등장하고, 국내 음원차트에 매년 이맘때쯤 등장하던 일명 ‘봄캐롤’이 사라졌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이겨내고자 만들어진 신곡들도 눈길을 끈다.
빌보드에 따르면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R.E.M.이 1987년 발표한 ‘잇츠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애즈 위 노 잇’(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이 발매 33년 만에 처음으로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닐슨뮤직 데이터를 인용해 이 곡 다운로드가 482% 폭증하고 미국 내 스트리밍은 169%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는 R.E.M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가 SNS 메시지를 통해 이 곡의 한 소절을 부른 뒤 외출 자제와 손 씻기 등을 당부하면서 일궈낸 수치로 파악된다. 또 ‘알다시피 세상의 종말이야’로 해석되는 제목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연상케 하면서 차트 역주행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디스코 전설 글로리아 게이너의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나는 생존할 거야)도 다운로드가 81% 늘어나며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고,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도 1971년 발표된 이후 49년 만에 역주행하며 차트에 올랐다. ‘이매진’은 영화 ‘원더우먼’의 배우 갈 가도트가 인스타그램에 “바이러스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위기를 단결해 극복하자”며 ‘이매진 함께 부르기’를 제안했고,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에이미 애덤스, 가수 노라 존스 등 유명 인사 24명이 동참하면서 역주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음원차트도 코로나19의 영향 반경에 있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하이포X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십센치의 ‘봄이 좋냐’, 로이킴의 ‘봄봄봄’ 등 ‘봄캐롤’로 불리며 해마다 봄이면 유행하는 노래들이 차트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진입 시기가 늦어지는 현상이 보였다.
특히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성적을 종합해 성적을 매기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벚꽃 좀비’ ‘벚꽃 연금’이라고도 불리는 ‘벚꽃엔딩’은 지난해보다 1주 늦은 3월 첫째 주(1~7일)에야 차트에 다시 등장했고, 셋째 주(14~21일) 차트에서는 169위에 랭크됐다.
새롭게 코로나19 사태를 둔 곡들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Cardi B)는와 DJ 아이마키즈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U2의 멤버 보노도 코로나19 사태를 위로하는 ‘렛 유어 러브 비 노운’(Let Your Love Be Known)을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국내 가수들도 위로의 노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수 권인하와 소프라노 황지영 등 국내 음악인 27인은 ‘크라운 포 코리아’(Crown for KOREA)를, 최성수·최백호·유익종·이치현 등 4명이 함께 부른 ‘이번 생은 이대로 살기로 하자’를 발매했다. 또 이한철은 2005년 발표한 인기곡 ‘수퍼스타’를 리메이크해 커피소년·좋아서하는밴드·MC메타 등 18팀이 함께 참여했다.
좋은 취지에서 만들었겠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사례도 있다. 태진아는 지난달 24일 신곡 ‘코로나19 이겨냅시다’ 음원을 공개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이 곡에 대해 태진아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로하고,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내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국을 반영한 음악을 만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특별한 고민 없는 직접적인 가사와 음악을 유료 음원으로 내놓았다는 것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아티스트가 현 상황이나, 이슈를 이용하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질병과 관련된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경제적인 상황에까지 혼란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때문에 이를 소재로 음악을 만들 경우 영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진아의 곡 같은 경우는 아티스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것”이라며 “‘코로나19 이겨냅시다’라는 제목, 더구나 음원 유료 판매는 굉장히 경악스러운 부분이다. 음악적 성취 여부를 떠나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선배 위치에 있는 태진아가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