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달았던 박현준-류제국, 불명예스럽게 팀 떠나
부상 털고 돌아온 정찬헌 새로운 등번호 11 주인
KBO리그에서 11번은 투수들이 선호하는 등번호다.
투수 포지션을 나타내는 숫자 1이 두 번 사용되고, 투수들이 즐겨다는 1로 끝나는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11번의 대명사는 롯데 자이언츠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무쇠팔’ 고 최동원이다. 1984년 한국시리즈 5경기 등판해 4승을 거두며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주도한 투혼의 상징이다.
하지만 LG 트윈스는 최근 10년 유독 11번과 악연이 깊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11번은 박현준이 사용했다. 2010년 7월 SK 와이번스와의 4:3 트레이드 중 한 명에 포함되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강속구를 앞세운 사이드암 박현준은 2011년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18로 첫 10승 달성에 성공하며 LG의 ‘10년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트레이드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던 LG가 모처럼 트레이드 성공사례를 남기는 듯했다. 하지만 승부 조작 사실이 발각돼 2012년 LG에서 퇴출 및 영구 제명됐다.
2013년부터 LG의 11번은 ‘유턴파’ 류제국이 달았다. 메이저리그를 거친 류제국은 그해 12승 2패 평균자책점 3.87로 맹활약, LG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에 기여했다. 이후 2017년까지 5년간 통산 46승을 거두며 LG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8년 허리 수술을 받은 류제국은 2019년 1군에 등판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11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시즌이 한창인 8월말 몸 상태를 이유로 돌연 그라운드를 떠났다. 명예롭지 못한 은퇴였다. 지난 1월에 그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현준과 류제국으로 이어진 11번을 올해부터는 정찬헌이 단다. 2008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 1순위로 LG에 입단한 정찬헌은 데뷔 당시에는 48번, 2014년부터는 26번을 달았다.
지난해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수술과 재활을 거친 정찬헌은 11번에 대해 “과거부터 달고 싶었던 등번호”라며 “11번처럼 허리가 꼿꼿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일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4일 자체 청백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했다.
정찬헌은 2018년 마무리를 맡아 66경기 등판해 5승 3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85로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9년에도 마무리로 낙점됐지만 허리 부상으로 13경기 만에 시즌 아웃됐다. 정찬헌이 자리를 비운 사이 LG는 프로 3년차 고우석이 마무리 투수로 35세이브를 거둬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정찬헌이 몸 상태만 이상이 없다면 고우석 앞을 지키는 셋업맨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해 팀의 가을야구에 참가하지 못했던 정찬헌이 등번호 11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