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구입예산 삭감, 美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코로나19 여파로 美 일자리 한달새 2200만개 증발
오는 12월 美 대선서 일자리 문제 주요 이슈 부상 전망
한미 방위비 협상 '장기전' 가능성도 제기돼
정부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조성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사업비 마련을 위해 정부가 기존 사업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대미 무기구입 관련 비용이 큰 폭으로 삭감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국방예산 삭감을 통해 미국 협상단을 상대로 강경하고 영리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무기구입 비용을 줄이겠다'는 신호를 보내, 미 방산업체 손실과 관련 일자리 감소를 암시하는 '강경책(hard ball)'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내 실직자는 4주 새 2200만명이 증가한 상태다. 세계 경제 침체도 기정사실화 돼있어 올 연말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선 일자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미국 내 사정을 감안해 한국이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미국 시민들도 동의하겠느냐'는 취지로 정치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국방 예산은 37.6%(9047억원) 삭감돼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론 방위력 개선비에서 7120억원, 전력 운영비에서 1927억원이 감액됐으며 해외 무기 도입 사업이 주요 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미국의 F-35A 스텔스전투기 도입 예산 3000억원이 삭감 리스트에 올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장비 도입 시기나 전력화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총선 승리를 계기로 한국이 방위비 협상 장기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방위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카드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 다수당으로 자리매김한 집권세력이 무급휴직 대상자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마련해 미국 측 협상 지렛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극적인 상황변화가 없다면 주한미군 내 우리 근로자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면서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