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카카 이후 발롱도르 배출 못하는 브라질
네이마르도 어느덧 20대 후반, 유리몸 기질까지
'영원한 우승후보', ‘삼바 리듬’. 브라질 축구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축구하면 브라질이라는 공식이 생겨날 만큼 역사적으로 최고의 축구 강국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언제나 화려한 슈퍼스타와 크랙들을 배출해 브라질 축구 인재풀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다.
펠레, 가린샤, 자일지뉴, 지쿠에 이어 1990년대에도 호마리우, 호나우두, 히바우두가 등장했다. 2000년대 역시 호나우지뉴, 카카가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르면서 브라질 슈퍼스타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브라질판 판타지스타가 끊임없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고, 발롱도르와 유럽 빅리그 득점왕 리스트에서 종적을 감췄다.
*1990년대 이후 브라질 출신 발롱도르
1997년 호나우두
1999년 히바우두
2002년 호나우두
2005년 호나우지뉴
2007년 카카
*1990년대 이후 브라질 출신 FIFA 올해의 선수
1994년 호마리우
1996년 호나우두
1997년 호나우두
1999년 히바우두
2002년 호나우두
2004년 호나우지뉴
2005년 호나우지뉴
2007년 카카
호마리우는 1994 미국월드컵에서 5골을 넣으며 24년 만에 브라질의 우승을 안긴 골잡이다. 1996~1997년에는 호나우두라는 신성이 등장해 ‘제2의 펠레’라는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세계를 평정했다.
1999년은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의 해였다. 1999 코파 아메리카에서 득점왕과 MVP를 동시 석권하며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고,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3년 뒤에는 호나우두가 기나긴 부상에서 돌아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득점왕(8골)으로 브라질 국민들에게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화려하게 부활한 호나우두는 그 해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브라질 슈퍼스타 계보는 곧바로 호나우지뉴가 이어갔다. 비록 전성기는 짧았지만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과 마법 같은 플레이로 2년 동안 축구팬들의 눈을 정화시켰다.
호나우지뉴가 2006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타자 이번에는 카카가 등장했다. 2006-07시즌 AC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발롱도르까지 품에 안았다.
이후에는 모두가 잘 알 듯 메시-호날두 시대다. 메시와 호날두는 10년 넘도록 ‘신계’에 군림하며 발롱도르를 양분했다. 루카 모드리치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한 차례 발롱도르를 빼앗을 것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메시, 호날두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에게 근접한 브라질 스타는 네이마르다. 화려한 발재간과 슈팅, 패스, 플레이메이킹 등 가장 브라질다운 크랙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2015년과 2017년 발롱도르 3위에 오른 것이 최고다.
10대 시절부터 산투스에서 남미를 평정한 네이마르는 2013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며 관심을 모았다. 네이마르는 2014-15시즌 메시, 수아레스와 더불어 ‘MSN 라인’의 일원으로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언제나 ‘에이스’ 메시의 그늘에 가렸다. 2015년 발롱도르 3인 후보에 올랐지만 메시, 호날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2년 뒤에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네이마르는 2017년 파리 생제르맹으로 2억 2천만 유로(약 2914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몸값으로 이적했지만 아직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성과는 미비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에 머물렀다. 2011년과 2015 코파 아메리카 역시 각각 8강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우승 최대 적기는 자국에서 개최된 2019년 대회였는데, 개막 직전 부상으로 불참하며 우승에 기여하지 못했다.
특히 네이마르는 최근 몇 년 간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등 이른바 ‘유리몸’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어느덧 20대 후반이 된 네이마르는 3년 동안 파리 생제르맹 감옥에 갇혀 30줄을 바라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발롱도르를 수상하려면 파리 생제르맹에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브라질 대표팀의 메이저대회 트로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발롱도르뿐만 아니라 유럽 4대 빅리그 득점왕 명단에도 브라질 출신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 리가에서는 2003-04시즌 레알 마드리드 시절 호나우두(24골) 이후 브라질 공격수들의 명맥이 끊겼다.
세리에A는 1998-99시즌 마르시우 아모르주가 우디네세 소속으로 득점왕(22골)을 차지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2008-09시즌 그라피테가 28골로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그라피테는 반짝 활약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 23인 엔트리에도 입성할 수 있었다. 브라질 공격수의 유럽 4대 빅리그 득점왕은 그라피테가 마지막이다.
브라질은 항상 초특급 No.9을 배출했다. 호나우두 이후 아드리아누, 알렉산드레 파투, 루이스 파비아누, 프레드 등이 최전방 계보를 이어왔지만 어느 누구도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가브리엘 제주스가 등번호 9번을 달고 출전했으나 무득점으로 실망감을 남겼다.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원톱, 제주스가 2선 오른쪽 윙어로 공존을 이루면서 12년 만의 우승을 합작했다. 이 대회에서 피르미누와 제주스는 각각 2골을 터뜨렸다.
피르미누는 현재 리버풀에서 주전 원톱으로 활약 중이다. 피르미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하고, 연계 플레이와 공간 창출로 공격의 윤활유를 더한다. 그러나 득점력 측면에서 피르미누보단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에게 좀더 무게감이 실린다.
제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브라질의 사상 첫 금메달에 기여했고, 소속팀 파우메이라스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2017년 1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맨체스터 시티에 입성했다. 안타깝게도 제주스는 아직까지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맨시티 이적 초기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밀어내고 주전으로 중용받았지만 이후 백업으로 밀려나며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