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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 10승 투수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20.04.18 13:58 수정 2020.04.18 14:19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다승=특급 투수 공식 점차 사라지는 추세

10승 투수 많았을 때 팀 성적도 수직상승

7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두산 유희관. ⓒ 뉴시스

수많은 기록들의 집합소인 야구에서 투수 개인의 능력치를 논할 때 ‘다승’ 부문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투수의 승리는 팀 전력 또는 해당 경기의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는 너무 많은 변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이닝 퍼펙트게임을 하고도 타자들이 득점을 올려주지 못하면 승리를 얻을 수 없는가 하면, 공 하나만 던지고도 승리 투수가 되는 일이 나오곤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다승왕=특급 투수’라는 개념이 없어지는 추세이며, 세이버 매트릭스가 보편화된 메이저리그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10승조차 올리지 못했으나 2년 연속 사이영상을 거머쥔 제이콥 디그롬이 대표적이 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승수가 높은 투수들의 대부분은 잘 던지는 투수들임에 분명하다. 호투를 펼쳤을 때 승리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수의 다승 부문이 아주 쓸모없지는 않은 게 투수 개인이 아닌 팀 전력을 논할 때 가장 쉽고 편리하게 구분할 수 있다. 20승 이상의 특급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가, 10승 이상의 A급 투수는 몇 명인가란 물음은 해당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리는 주요 가늠자다.


KBO리그에서도 두 자릿수 투수 보유 여부에 따라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경우가 잦았다. 무엇보다 KBO리그는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외국인 투수 2명을 넣고도 5선발 체제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데, 토종 투수가 받쳐줬을 때 팀 성적도 상승하기 마련이었다.


지난 10년간 각 팀의 두 자릿수 승수 투수 보유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10승 투수를 배출한 구단은 두산 베어스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9번의 두 자릿수 투수가 나왔다.


두산은 니퍼트에서 린드블럼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 외에 유희관, 장원준 등 꾸준한 토종 선발들이 마운드를 지켰다. 그 결과 10년간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해는 2011년과 2014년 단 두 번이었고, 3번의 우승과 준우승 등 한국시리즈에 6번이나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은 10승 투수 보유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극단적으로 갈린 팀이다. 삼성은 왕조 시절이었던 2010년대 초반, 매년 3명 이상의 10승 투수를 배출했으나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자연스레 A급 투수도 실종되고 말았다.


히어로즈 역시 확실한 선발 투수를 보유하지 못했던 2010년대 초반에는 하위권을 전전했으나, 젊은 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팀 전력이 탄탄해진 케이스다.


이들 말고도 대부분의 구단들 역시 승수를 많이 쌓은 투수들의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많았다. 결국 다승은 투수 개인의 능력치보다 팀 전력을 논할 때 더 효과적인 지표가 된 셈이다.


다승은 투수 개인의 퍼포먼스도 중요하고, 팀 전력이 받쳐줬을 때 배가된다. 그리고 이러한 투수들이 많을 때 팀 성적도 수직 상승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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