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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드라마가 사랑한 직업②] 왜곡된 드라마 캐릭터, 문제 없나


입력 2020.04.19 14:37 수정 2020.04.20 09:30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지나치게 화려한 드라마 속 삶 '상대적 박탈감' 우려

극적 스토리 위한 왜곡된 모습, 비판 목소리 커

SBS 드라마 ‘하이에나’ 속 한 장면. ⓒ SBS

한국 드라마가 갖는 구조적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나치게 특정 직업군에 집착한다는 지적부터, 불륜·이혼·복수와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 비현실적인 반전 등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은 요소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고소득 직업군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국 드라마가 갖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속에 부유층이나 고소득층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게 된다면,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 불행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평범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갖가지 직업들의 모습이 현실과 괴리가 있고,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데, 이는 드라마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직업의 현실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니고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의 세계가 드러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며 "심지어 변호사가 그런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너무 쉽게 성공하고 목표를 성취하고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이에나' 속 정금자(김혜수 분) 캐릭터를 예로 든 김 평론가는 "여성 변호사의 당찬 모습이 잘 드러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활보하는 느낌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박제화된 재벌의 현실이 드러나. 기업 배경 드라마들도 시청자들은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칫 현실에 대한 왜곡된 환상이 시청자들에게 심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 드라마가 대표적인데 작품 속 교수, 신입의사, 인턴, 레지던트의 모습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내과 전문의는 "드라마 속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모습은 대학에 남아 극적 반전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재벌집 아들처럼 그려지거나 너무 쉽게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은 전체 의사들 중 1%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JTBC '청춘시대' 포스터. ⓒ JTBC

고소득 직업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가 취업준비생과 알바생이다. 한국 사회 청년들이 가장 공감하는 캐릭터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환경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남녀 알바생 2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훈훈한 비주얼 멋진 사장님(18.8), 알고 보니 재벌 3세 알바 동료(15.2), 할말 다하는 핵사이다 알바생(13.0%) 등이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실제 청년들은 고민과 걱정,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며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JTBC '청춘시대' 속 생계형 알바생 '윤진명(한혜리 분)'처럼 공감을 얻은 캐릭터도 있었다. 윤진명(한혜리 분)은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채 준비를 하는 취준생으로 등장, 청년들의 공감을 샀다. 진정한 재미는 공감을 밑바탕이 돼야 비로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라는 평가다.


안타까운 것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색다른 재미를 위해 특정 직업군이나 고소득층을 등장시키려는 드라마의 속성은 쉽게 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결국은 시청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업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제작진 또한 그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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