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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증거 없는 억측 자제”…음원 사재기 향한 시각 달라진 이유


입력 2020.04.23 07:53 수정 2020.04.23 07:5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경-김근태 전 후보의 폭로, 진짜 문제는?

'음원 사재기'의 근본적 문제인 음원차트부터 달라져야

ⓒSBS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는 ‘음원 사재기’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음원을 사재기하면서 음원 차트를 의도적으로 조작한다는 것이다. 무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이 이슈가 지금까지 ‘의혹’으로만 남아있는 건 마땅히 이 행위를 잡아낼 방도가 없어서다.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심증에만 기댄 채 폭로성 발언을 하고, 증명되지 않은 근거들을 내세워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한다. 아직 음원 사재기라고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칫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엔 위험이 따른다. 전혀 상관없는 아티스트에게 ‘사재기 가수’라는 프레임이 생기는 상황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수 박경은 지난해 SNS에 몇몇 가수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처럼 음원을 사재기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통해 박경은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 등을 사재기를 하는 가수로 만들었다. 이들은 불쾌감을 토로하면서 박경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경 역시 변호인을 선임해 응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년 전부터 음원 사재기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아티스트가 또 다른 아티스트의 실명을 언급한 건 박경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그 덕에 파장은 더욱 커졌고, 다수 네티즌은 물론 언론도 박경의 편에 서서 ‘사재기 근절’ 목소리를 높였다. 언급된 가수들의 결백 주장은 사실상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바이브를 제외한 나머지 가수들이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차트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의심을 키웠던 터다.


그런데 최근 김근태 전 국민의당 비레대표 후보의 발표 이후 여론이 180도 달라졌다. 박 전 후보는 언더 마케팅 회사 크레이티버가 불법 해킹 등으로 취득한 아이디로 음원 차트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수 고승형, 공원소녀, 배드키즈, 볼빨간사춘기, 송하예, 영탁, 요요미, 소향, 알리, 이기광 등이 이 음원 조작에 연루됐다고 덧붙였다. 또 업체는 이들의 조작 행위를 감추기 위해 멜론 소속 가수인 아이유의 음원을 함께 재생하며 안정 장치를 마련했다고도 주장했다.


비교적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가수들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또 한 번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다. 박경의 발언 이후 불었던 파장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어야 했지만, 오히려 여론의 화살은 김 전 후보를 향했다. 총선 직전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시기와 과정이 과연 공정한 음원시장 형성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의구심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 이후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이는 공식적인 검증(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수사) 없는 폭로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김 전 후보의 발언 후에 불거진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사실상 박경과 김 전 후보 모두 확인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 폭로를 한 것은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단순히 거론된 가수의 유명세를 두고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박경과 김 전 후보의 발언 모두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실명의 거론된 가수들의 유명세에 따라 여론이 달라진 듯한 분위기다. 물론 진짜 사재기를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전에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재기가 실제로 있었다면 음원 차트에서 분명 이상 유입이 감지됐을 것이다. 주체는 알 수 없지만 사재기가 만연하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음원 사이트의 투명한 운영밖엔 없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음원 사이트의 돈벌이인 실시간 음원 차트가 이런 불공정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자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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