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연일 최고치 경신…24일 1g당 6만8천원까지 뛰어
미국 파격적 경제부양정책으로 달러 약세 '믿을 건 金'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무제한적인 '달러 찍어내기'에 최근 달러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믿을 건 금밖에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주 뉴욕상품거래소에서(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40달러에 이르기도 했고, 국내 KRX금시장에서도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위용을 확인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4% 오른 6만8860원에 마감하며 2014년 3월 KRX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금값은 장 한때 6만8880원까지 올라 장중 역대 최고가도 경신했다. 현재 시세로 한 돈(3.75g)짜리 돌반지의 가치가 25만8220원에 달하는 셈이다.
금값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실물자산인 금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통상 금값은 경제와 반비례한다. 경제가 위기로 치달을수록 금값은 치솟는다. 금은 달러의 대체재이므로 달러 가치와도 반비례해 가격이 형성된다. 또 금리 곡선과는 반대로 대칭을 이룬다. 금리가 떨어지면 금값이 뛰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살펴보면 금값 상승요인과 모두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값이 더 오른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값이 1년6개월 내에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온스당 2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전망치를 높여 잡은 것이다.
마이클 비트머와 프란시스코 블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앙은행가 금을 찍어낼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평균 금 가격은 각각 온스당 1695달러, 2063달러로 전망한다"면서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재정 지출이 급증함에 따라 명목 화폐가 압박을 받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내년 초까지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과도한 전망치'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실제 이달 들어 금 선물 가격이 1788달러까지 뛰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은 금값 전망이 좋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도별 추세로만 보면 금값은 지난 4년간 상승세를 탔지만, 그 보다 앞서 2012년부터 4년 동안은 하락세였다. 즉, 과거 금값이 오를 때 샀던 투자자들은 8년의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제대로 된 금빛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