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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 띄어앉기' 지침, 잡음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20.05.15 06:02 수정 2020.05.15 08:52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 공연계는 난감

이미 매진된 공연 취소 속출, 형평성 논란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장 착석 시 지그재그로 한 칸 띄어 앉기를 권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칸 띄어 앉기'에 대한 공연계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 간 거리두기가 중요하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공연장에 이를 적용하기란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관객 간 거리두기'가 처음 이슈로 떠오른 건 3월 26일 서울시가 '관객 간 거리 2m 유지' 지침을 대학로 소극장에 내려보내면서다. 당시 서울시는 "공연 강행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확진자 및 접촉자들에 대한 진단과 진료, 방역 등의 비용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강력한 메시지로 소극장의 참여를 유도했다.


공연계에서는 "50cm 남짓한 소극장 공연장의 경우 관객들을 2m 떨어져 앉게 한다면, 전체 객석의 4분의 3가량을 비워두고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뮤지컬 '빨래'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공연을 중단하는 등 후유증이 상당했다.


서울시는 "일부 오해가 있었다"며 사과했지만, '관객 간 거리두기'는 피할 수 없는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국공립 공연장과 민간 공연제작사 사이의 갈등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근 국공립 공연장에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앉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사전에 이를 대비하지 못한 민간 공연들은 손해가 크다.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 예정이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리사이틀과 8일부터 10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레베카'가 4일 나란히 공연 취소를 결정한 것도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앉기'를 뒤늦게 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공연 기획사의 반발은 계속됐다.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 앉기'를 뒤늦게 도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베카'의 지방 공연을 주관한 에스플레이프로젝트는 "이미 무대 셋업에 들어간 상태에서 갑자기 불가능한 지침을 내리는 것은 횡포"라며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다른 공연과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 앉기'를 사실상 강제화하고 있는 국공립 공연장과 달리 대부분의 민간 공연장은 이를 시행하지 않지만, 강제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그동안 국공립 공연장 대관을 확정하고 공연을 준비하던 민간 공연 기획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 앉기'를 도입한 공연들은 대부분 공연장 자체 기획 공연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14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창극 '춘향'과 28일부터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김덕수전傳'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공연을 준비해온 민간 공연들의 사정은 다르다. 서로 다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공연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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