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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의 모난돌] '소신 행보' 윤석헌 리더십 더 빛나려면


입력 2020.06.08 07:00 수정 2020.06.08 05:46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임기 1년' 남은 윤석헌 금감원장, 신임 부원장 체제 하에 새 진용 꾸려

금융사와 강대강 대치 속 내부 다잡기 과제로…원칙-실리 균형 잡아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최근 며칠 새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거취 문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 구체적인 후임 하마평에서부터 청와대 소환설까지 거론되며 힘을 받았던 윤 원장의 교체설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원장과 동고동락했던 부원장 3인의 교체와 함께 수그러드는 분위기로 돌아선 양상이다.


3명의 신임 부원장 선임을 끝으로 금감원은 뒤늦게나마 진용을 갖추고 본 업무 궤도에 들어설 수 있게 됐지만 취임 2년여를 맞은 윤석헌 원장은 또다시 리더십의 시험대에 섰다. 줄곧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해 온 윤 원장의 원칙과 소신행보가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갈등 구도와 위기론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당장 ‘윤석헌 호’ 앞에는 일선 금융회사들과의 법리논쟁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과태료와 사모펀드 신규판매 정지 처분, CEO에 대한 문책경고 등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일선 금융회사가 감독당국을 상대로 강공에 나선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윤 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키코(KIKO) 재조사 및 피해보상 이슈가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5일 신한은행 등 3곳은 총 5차례의 수락기한 연장 끝에 금감원의 배상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윤 원장이 임기 중 가장 잘한 일로 “키코 문제를 분쟁조정 아젠다로 올려놓은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우리은행 1곳을 제외하고는 그 결과가 뒤따라주지 않으면서 빛이 바랬다.


그나마 선보상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문 사모펀드 부실사태 책임에 있어서도 금감원은 자유롭지 않다. 라임사태의 경우 지난해 6월 이상징후를 포착했지만 그로부터 수 개월이 지나서야 검사에 착수했고 이후에도 한동안 미진한 대응으로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금감원 직원이 라임 사태 연루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금융소비자 신뢰 제고’와 감독당국 대내외 ‘관리감독’ 기능에 감독당국 스스로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됐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임기를 1년 남겨둔 윤석헌 원장의 타개책은 무엇일까. 일단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깜짝 오찬회동’을 통해 양 금융당국 간 끊이지 않는 불화설을 잠재운 윤 원장은 “부원장 임명으로 새 진용이 짜진 만큼 기존에 하던 것들을 잘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은 위원장도 “기관 간 화합을 통해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며 소통과 협업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전임 금감원장 2명이 채용비리 등 의혹으로 조기 낙마한 상황에서 윤석헌 원장의 성공적인 임기 완주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손발을 맞출 새 임원진이 꾸려졌지만 노조 반발 속에서 빠른 시일 내에 조직 안정화를 이뤄내야 하고, 금융권과의 강대강 대치 속 감독당국의 ‘말’이 먹히지 않아 향후 야기될 혼란에 대한 뒷수습도 필요하다.


새 국면 속 제2라운드에 돌입하게 될 윤 원장이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지난 2년여 간의 여정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금융개혁을 위한 단순 시도가 아닌 실질적인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뚝심과 원칙만큼이나 ‘실리’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윤 원장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새는 결코 한쪽 날개만으로는 날 수가 없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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