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대북삐라 금지법 추진 공언
주민안전과 남북신뢰 제고 차원 주장
김여정 담화문에 부랴부랴 끌려가는 인상
김종인 "금지 찬성하나...국민 자존심 생각하라"
민주당이 이른바 '대북삐라 금지법'을 지도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새벽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지 4일 만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 측 담화 이후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눈치보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에서 "4월 15일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된 명백히 사실과 다른 허위정보와 가짜뉴스가 국내외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며 "남북이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의 신뢰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렵게 쌓은 신뢰를 허물고 긴장을 고조하는 감정적 발언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문제는 정쟁의 소재가 아니다. 미래통합당도 박근혜 정부 시절 직접 겪었던 문제"라며 "역대 정부가 겪어왔던 대북 전단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백해무익한 대북전단 살포는 금지돼야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일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남북교류와협력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북전단 및 이에 준하는 물품을 남북 간 교역과 반출반입 대상에 포함시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사실상 금지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한 김 의원은 "이미 법원에서 국가안보나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9.19 군사합의 때도 우리가 약속을 했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후원금을 걷는 단체들이 있다"며 탈북민 단체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현행법과 판례를 가지고 대북전단 금지가 가능하다며 통일부 장관이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현행법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듯한 통일부의 태도가 지금의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금지를 위한 법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이전 정부 시절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관료의 의지 부족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이전 정부의 판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민안전을 위한 우리 정부 차원의 자발적인 노력이 아니라, 북측의 반발이 있고서야 부랴부랴 끌려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 스스로 판단해 북한에 풍선 띄우는 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조치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것을 (북한이) 공격했다고 해서 즉시 답을 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조치"라며 "북한에 저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평화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당당할 때는 당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