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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북전단 막겠다고 '자의적 해석'에 '소급 적용'까지


입력 2020.06.11 00:10 수정 2020.06.11 05:1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5가지 이유 들며 법률 해석 바꿨지만

'시점'에 대한 의구심 거두기 어려워

법률 아닌 정상 합의 근거로 기본권 제약 발상

대북전단 단체 '사후 처벌' 논란도 예상돼

대북전단 단체 관계자들이 대북 전단 살포 준비작업을 하고있는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10일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대북전단 살포 단체 두 곳을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


대규모 전단 살포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접경 지역 주민 안전 등을 감안해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지만,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북전단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남북교류협력법상 물품 반출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비영리단체인 두 단체의 설립 허가 취소 절차도 진행키로 했다.


통일부가 제시한 고발 근거는 '미승인 물품 반출'이다. 두 단체가 북한으로 띄워 보내는 대북전단과 쌀 등이 담긴 페트병 등이 통일부 장관의 사전 반출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교류협력법 제13조에 따르면 물품을 북한으로 반출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미승인 반출 판단의 '근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사정변경 사항'을 언급하며 △남북 정상 간 합의(판문점 선언)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전단 살포 기술 발전 등 환경 변화 △코로나19 방역 상황 △접경지역 주민 안전 등 5가지 사항을 구체적 판단 근거로 들었다.


통일부가 여러 근거를 들어 판단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과거 통일부는 대북전단이 '교류협력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해석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되는 데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제약이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결국 '왜 이 시점에 사정변경에 나섰느냐'는 물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에 강한 불만을 표한 이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북한 변수'가 이번 사정변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접경)지역주민, 시민단체 등에서 봇물 터지듯 (대북전단 관련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 효력 없는 남북 정상 합의 근거로
표현의 자유 제한하겠다는 정부
고발 조치가 '사후 처벌'이라는 지적도


법률적 효력이 없는, 선언에 불과한 남북 정상 합의를 근거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는 지난 201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표현의 자유가 일부 제약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판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접경지역 주민에게 현존하고 명백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일부 제약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통일부의 이번 고발 조치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사후 처벌' 성격을 띠고 있어 소급 적용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자의적 법률 해석을 근거로 과거 법 위반 사례를 꼬투리 잡아 경찰 고발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관련 두 단체에 대한 경찰 고발 취지와 관련해 "두 단체가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과 남북 정상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남북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한 두 단체가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를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시점은 지난 8일이다.


한편 통일부로부터 고발 및 법인 취소를 당할 위기 놓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통일부를 '역적부'라 칭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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