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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⑫]우종웅 "'브로드웨이 42번가', 희망의 메시지 전하길"


입력 2020.06.18 12:47 수정 2020.08.07 14:34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미국의 대공황-코로나19 시대, 비슷한 배경 주목

"이런 상황에도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정말 감사"

우종웅. ⓒ CJ ENM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대, 공연계에 의미 있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다. 현실 속 뮤지컬계 상황과 너무나 비슷해 배우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


극 중 '리허설 피아니스트'인 오스카 역을 맡은 배우 우종웅도 마찬가지다. 우종웅은 "이런 상황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며 "작품 속 배경과 현재 상황이 비슷해서 모든 배우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공연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불어넣기를 바랐다. 우종웅은 "스태프를 포함한 공연 관계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저를 포함한 배우들에게도 "나 또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어!"란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는 20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배우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사실 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연극 한 편 본 적 없었고, 뮤지컬이란 단어조차 몰랐어요. 본가가 경주인데 당시만 해도 영화관이 겨우 하나 있을 만큼 문화 소외지역이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경주 예술의 전당도 생기고 콘서트, 뮤지컬 등 전보다 많은 문화생활이 가능해졌지만요.


(고등학교 시절) 평소에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를 따라 하고 친구들과 매일 노래방을 가곤 했는데, 엄마는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걸) 알고 계셨나 봐요. 당시 가정사로 인해, 심적으로 조금 방황을 했었는데, 엄마가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게 뭐든 한번 해볼래?"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입시를 3달 앞둔 중요한 시기에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경주에는 노래도 연기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부산에 있는 연기 학원을 찾아갔어요. 학원 수업 첫날 노래와 춤, 연기까지 다 할 수 있는 뮤지컬을 처음 알게 되고, "이거다" 싶었어요. 그때 뮤지컬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 데뷔작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데뷔는 2013년 연극 '불편한 타이밍'이었습니다. 벌써 7년이나 지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반대로 그만큼 발전한 거겠죠?


- 오페라도 출연하셨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오페라는 우연한 기회로 경남 오페라단의 공연에 함께 하게 됐어요. 노래는 한 소절도 하지 않았답니다. 하하하. 그래도 매 공연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게 행복했죠.


우종웅. ⓒ CJ ENM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29살 늦은 나이에 제대 후 복귀작으로 했던 '김종욱 찾기'가 기억에 남아요. 입시 때 '김종욱 찾기'의 'Destiny'란 곡을 불렀었는데, 오디션에 합격하고 무대에서 그 곡을 부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정말 컸었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작품인 만큼,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많았어요.


그런 관객들이 공연의 매력을 느끼고, 다른 좋은 공연들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였어요. 그런 만큼 고민도 많이 했고, 정말 단 한 번의 공연도 쉬웠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맡은 역할은 뭔가요?


감사하게도 극 중 '리허설 피아니스트'인 오스카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음악 조감독 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스윙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역할 비중도 더 커진 것 같은데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할이 생기면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하고 연기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어요. 같은 장면에 같은 역할도 선배님마다 디테일과 에너지가 달라요. 그 호흡들을 직접 주고받으니 시야도 넓어지고, 배우는 게 많더라구요.


아쉬운 게 있다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오프닝부터 커튼콜까지 모두 앙상블들의 군무로 시작이 돼요. 공연 내내 함께 춤추고 땀 흘린 뒤 커튼콜이면 앙상블 배우들의 감정이 터져 나와 서로 환호를 질러요. 그때마다 16년도에 함께 환호하던 그 감정들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함께 느끼지 못하는 게 정말 많이 아쉬워요.


- 작품 속 캐릭터와 나와 닮은 점이 있다면?


오스카란 역할이 대사가 거의 없고 행동이 대본에 많이 담겨 있어요. 행동의 이유를 저의 경험과 상상으로 만들어 가다 보니 자연스레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다른 점이라면 확실히 하나 있네요. 저는 피아노를 잘 못 치거든요.


- 막바지 연습에 한창일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습에 임하고 있나요.


연기할 때 주변의 상황들을 더 살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상황 속에서 다른 배우들은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지,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있는지 등 빈틈을 메워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스윙 역할을 준비하는 건 처음인데, 언제든지 공연에 투입해도 위화감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앙상블이 주인공입니다.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16년도에는 제게 주어진 것들에만 몰두하느라 앙상블이 주인공이란 말을 실감하지 못했었어요. 이번에 배역과 스윙을 겸하면서 앙상블을 바깥에서 많이 지켜보다 보니, 몰랐던 것들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페기의 대사 중에 "작은 먼지들이 모여서 무대 위를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게 만들잖아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거 아닌가요?"라는 이 대사가 정말 와닿았어요. 런스루를 보고 있으면 앙상블에게 절로 박수를 치게 되요. 저희 작품은 정말 모두가 주인공이에요. 요즘은 앙상블 배우를 보러 공연장을 찾으시는 관객들도 많은데, 어떤 작품이든 앙상블 배우들 또한 무대 위 한 명의 배우로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 또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나갈 땐 신출내기지만, 돌아올 땐 스타가 돼 있을 거야."


저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페기처럼 한 번의 기회로 그런 배우가 되진 못하겠지만, "너에게 주어진 기회들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결국은 네가 원하는 배우가 돼 있을 거야"라고 제게 말하는 것 같아서,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게 돼요.


- 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작품 속 배경도 미국의 대공황으로 지금과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에 임하는 느낌도 이전과는 다를 거 같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무사히 극장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도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해요. 작품 속 배경과 현재 상황이 비슷해서 모든 배우들이 간절한 마음을 자연스레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 사진. ⓒ CJ ENM

-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현 공연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길 바라는지?


저희 공연이 페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은 한 단어로 '희망'이에요. 스태프를 포함한 공연 관계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특히 저를 포함한 배우들에게 "나 또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어!"란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혹시 슬럼프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열심히 준비한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 공연이 없어서 공백이 생길 때면 늘 "내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요. 오디션에 셀 수 없을 만큼 떨어졌지만, 떨어지는 것에는 익숙해지지도 않더라구요. 키가 작고, 잘생긴 외모도 아니다 보니 열등감을 가질 때도 많죠. 그런 순간들이 지금도 찾아오고,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런 순간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서 뭐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 향후 결정된 작품이나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코로나19로 인해서 공연이 많이 줄었고, 오디션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에요. 또 수없이 포기하고 싶을 순간들을 열심히 버텨나갈 계획입니다.


- 꼭 하고 싶은 뮤지컬이 있나요?


'브로드웨이 42번가' 였어요. 입시학원에서 처음 탭댄스를 배웠는데,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입시가 끝나고도 계속 탭을 했었거든요. 본적도 없고,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모르지만, 대표적인 탭댄스 뮤지컬이라서 막연히 해보고 싶었죠. 지금은 한 작품을 손꼽기에는 좋아하는 작품과 매력적인 역할이 너무나 많아서, 다양한 역할들을 저의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그리고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10년, 20년 후에도 여전히 배우로서 관객들을 만나는 거예요. 지금의 마음들을 잃지 않은 겸손하고 늘 발전하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소망이 있다면 뮤지컬 어워즈에서 레드카펫 한번 밟아보고 싶긴 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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