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실거주2년·재초제…온갖 규제로 꽁꽁 묶여
장미·진미크, 거래 없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호가 올라
은마, 실거주 2년 규제까지 더해 집주인·세입자 모두 혼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상반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잠실주공5단지는 상승세가 멈췄지만, 길건너 장미아파트나 진미크(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는 매물 자체가 많지는 않아도 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6·17대책의 강화된 부동산 규제로 잠실주공5단지·대치 은마아파트·여의도 재건축 준비단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시장이 얼어 붙었다.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는 지난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앞으로 1년 동안 이곳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또한 두 단지 모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조합을 설립할 가능성인 낮은 은마는 실거주 2년 규제까지 적용돼 당분간 사상 최대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맛비가 내린 지난 24일 찾은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규제를 피한 소형평수 매물이나 전세를 찾는 문의만 있을 뿐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잠실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5단지와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거래는 현재는 그냥 막혔다고 보면 된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날 나갈 물건은 모두 나갔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온갖 규제에 신음하고 있는 사이 송파대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장미·진미크 재건축 아파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장미와 진미크 단지는 6·17 규제를 모두 피해 여유로운 분위기”라며 “본래 10년 보유, 5년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매도가 가능했고, 이주비 승계가 불가해 매물도 없고, 거래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호재가 나오면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몇천만원이라도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실거주 2년이라는 규제까지 추가된 은마아파트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은마아파트 인근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은마는 재건축 규제 끝판왕”이라며 “여기는 전세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실거주 2년이라는 폭탄이 추가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들은 무조건 들어와야하고, 아이 학군 때문에 들어오는 세입자들도 대학갈 때까지 무조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가을이 되면 은마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사업성과 재건축 추진속도는 낮아져 장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만 줄어들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이 막힐수록 중장기적으로 서울의 주택공급량만 더 부족하게되고 전세가격은 급등해 역으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