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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파산 수순...법정관리 신청할 듯


입력 2020.07.23 09:54 수정 2020.07.23 10:15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제주항공 인수 포기...새 인수자 등장 가능성 제로

국내 4번째 LCC로 출범...13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대주주 이상직 의원 일가 인수 무산 초래 비판 쇄도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여객기.ⓒ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를 맞게 됐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법정관리 돌입 후 존속보다는 청산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1600여명의 직원들이 실직하면서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고 인수 무산 책임을 둘러싼 양사간 법정공방도 전개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23일 공식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말 양사간 M&A가 발표되고 지난 3월2일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결국 항공사간 첫 M&A는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이날 자료를 통해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과 청산 두 가지 갈림길이 생기지만 이미 완전자본잠식(올 1분기 기준 자본총계 -1042억원) 상태인 회사의 회생 가능성은 낮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이후 새로운 인수자가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전 국제선·국내선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 조치를 취하면서 수익이 없는 상태다.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임직원에게 월급도 주지 못해 누적된 체불임금만 26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2개월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 운항증명(AOC) 효력마저 일시 중지됐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이스타항공, 출범 13년만에 문닫을 위기


지난 2007년 10월 전북 군산공항을 거점으로 국내 4번째 저비용항공사(LCC)로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결국 출범 1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상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립해 이스타항공그룹 총괄회장까지 맡다가 지난 2012년 형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이 의원은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2016년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66.6%)와 딸 이수지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은 약 39.6%(410억원 상당)이다.


이스타항공은 설립 이후 후발주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져 왔다. 근거리 중심의 해외 여행갹이 급증한 지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지속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연이은 추락사고로 인한 안전 문제가 부각되며 운항이 금지됐고, 하반기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인한 보복 조치로 여행 수요 급감에 따른 일본 노선 타격이 이어졌다.


지난해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경영환경과 재무상태가 어려워지면서 국제선 노선 운항이 중단됐고 이어 국내선마저 운항이 중단되며 항공사로의 역할이 사실상 중단됐고 이제 청산 절차만 남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계약해제 책임 놓고 법정 다툼 불가피…창업주 이상직 책임론 팽배


이스타항공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와 함께 양사간 책임론 공방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2월부터 다섯달 째 임금을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인수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까지 동의하는 고통분담에 나섰지만 실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양사는 이번 계약 파기와 관련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보여 M&A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기며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량 실직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이미 M&A 무산 과정에서 이견 해소를 통한 계약 성사를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들의 유리한 입장만 내세우며 갈등을 조장해 왔다.


우선 주식매매계약(SPA)상 선행 조건 범위에 대해 이견을 보여왔다. 이스타항공은 딜 클로징(거래 완료)을 위해 이행해야 할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밝혔지만 제주항공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고 이와 별도로 체불임금 등 미지급금 해소도 하지 못했다고 반박해 왔다.


또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이 전면운항중단 지시를 내리며 임금체불 문제가 심화됐다고 주장했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계약 체결 전부터 구조조정 준비를 해왔다고 밝히는 등 감정싸움이 심화된 상태였다.


특히 M&A 무산 과정에서 부각된 이스타항공 대주주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책임론도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급기야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기도 늦었고 이후 사재 출연 등 추가 조치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인수 무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자녀들의 지분으로 이스타홀딩스 설립 후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등의 편법 승계 논란이 일었고 이에 동원된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소송을 통해 공개되지 않는 SPA 선행조건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되면 법원 판결을 통해 법적인 부분은 어떻게든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하면 양사 모두 인수를 무산시킨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가운데)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촉구! 이스타항공 노동자 고용안정 보장 촉구!' 정의당·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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