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외출을 두려워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게 한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없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 “이 시국에 영화관을 가고 싶냐”는 비난이 수시로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으로 코로나19 사태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공연장과 영화관 등의 문화예술 시설에서 발생한 2차 감염 사례는 현재까지도 전무하다.
뮤지컬계에서는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의 사례가 꾸준히 언급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3월 31일 앙상블 배우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주간 공연 중단을 결정했다. 대극장 공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업계에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하지만 제작사는 오히려 코로나19 선제조치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공연 과정에서 배우와 관객들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배우 및 스태프의 동선도 분리 운영하면서 우려했던 집단 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배우 2명 역시 공연장 내 감염은 아니었다. 이에 힘입어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 에스앤코는 내한공연 ‘캣츠’ 제작 계획을 밝혔다. 다만 제작사는 “40여명의 해외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국내에 입국해 자가격리 등의 방역조치를 철저히 지키면서 공연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극장=위험하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문화예술계가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며 ‘K방역의 힘’을 자신하면서도 배우나 관객 등의 변수까지 완벽히 컨트롤하는 건 힘들다. 일상 곳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19 확진자와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도 문화예술계의 선제적 조치는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다. CGV 관계자는 이날 “보건소로부터 지난 9일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 12일 영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현재 CGV는 해당 확진자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예매하고 키오스크를 통해 입장, 접촉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매한 수천명의 관객들에게는 갑작스러운 통보지만, 안전한 극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영업 중단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지난 8일에는 뮤지컬배우 김준영이 클럽을 방문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서 불안을 키웠다. 현재 그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에 청년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에 제작사는 캐스팅을 즉각 변경했다. 소속사인 HJ컬처는 “김준영은 목요일 공연 이후 공연 관계자와 일체 접촉하지 않았으며 기침이나 발열 등의 코로나19 증상은 없다”면서도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2주간 자가 격리 후 다시 한 번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던 뮤지컬 ‘킹키부츠’ 배우 A씨도 지난달 미열 증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행히 A씨는 이튿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도 각 공연 기획사들의 발 빠른 대처가 주목을 받았다. A씨와 함께 연습을 했거나, 동선이 겹친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렌트’ ‘모차르트!’ ‘브로드웨이42번가’ ‘제이미’와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등은 불과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캐스팅을 변경했다. 또 뮤지컬 ‘풍월주’는 당일 공연을 취소했다.
사실상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건 대응 방식이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각종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으로 극장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앞으로도 더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지켜나갈 것이다. 관객분들 역시 위생 준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