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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이나 지났는데"…한국 장르물 리메이크작, 일본서 재관심


입력 2020.08.17 07:00 수정 2020.08.16 17:4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일본 KTV, NTV


일본의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한국의 장르물에 열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분위기가 방송이 종영된 후에도 온라인에서 여전하다는 것이다.


일본 시청자들의 장르물 사랑은, 일본 드라마의 분위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시즌 18을 이어온 TV 아사히 '파트너'를 필두로 '경시청 수사 1과 9계'가 시즌12, '형사 7인'이 시즌6 '유류수사'가 시즌5, '특수9'가 시즌3까지 방영됐다. 이외에도 '긴급취조실', TBS '99.9 형사 전문 변호사~', TV 아사히 '특명 계장 타다 히토시' 다수의 시리즈물을 보유하고 있을만큼 시청자들의 형사물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한국 드라마 리메이트 작품은 tvN '시그널'을 리메이크한 KTV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2018), '보이스'의 NTV '보이스110-긴급지령실'(2019), 아사히 TV '싸인'의 '싸인 법의학자 유즈키 타카시의 사건'(2019), 한국 드라마 동명의 이름인 KTV '투윅스'(2019) 등이다.


방송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들은 종영된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처럼 일본 시청자들의 이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4500만명의 일본인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에는 '시그널', '긴급지령실110', '싸인 법의학자' 정도의 키워드만 쳐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현지 시청자들의 최근 감상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은 시청자들의 방송 시작부터 종영 후까지 좋은 반응에 힘입어 일찌감치 2021년 영화화를 결정했다.KTV는 "'시그널'은 시청자들로부터 그해 가장 지지를 많이 받은 TV 프로그램에 선정되는가 하면, 종영 후에도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작품으로 영화, 스페셜 드라마화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보통 우리나라 드라마는 16부작으로 구성돼 있지만 일본은 일주일에 한 편씩 방영해 10회 분량으로 끝난다. 한국 작품과 비교해 스토리의 깊이와 캐릭터들의 사연이 많이 걷어졌지만 짧은 회차만큼 박진감 있고 개연성 있게 진행됐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은 한국의 작품 줄거리와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갔다. 심지어 원작의 대사와 캐릭터들의 외모, 성격까지 그대로 녹이려한 흔적들이 보였다. 또한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를 반드시 바꿀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 '시그널'의 테마인만큼, 사건이 열린 결말로 끝나고 주인공이 행방불명으로 끝나는 결말에 대해 "일본 드라마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이고 신선한 부분"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보이스 119 긴급지령실'도 캐릭터들의 연령만 높였을 뿐, 액션이나 반전 같은 부분을 밀도 있게 다루며 한국 드라마의 결을 잘 살려냈다. '투윅스'도 한국의 정서를 일본의 시청자들에게 잘 스며들도록 액션과 버무려 탄생시켰다. 수사물을 잘 만드는 일본 제작진과 한국의 감각적인 스토리, 연출 등의 궁합이 잘 맞은 결과물이다.


일본 콘텐츠 개발자 이시하라(38) 씨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을 필두로 일본판 '시그널'과 '보이스'를 세트로 추천하고 있으며, 스트리밍을 통해 정주행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본드라마는 너무 유치하고 퀄리티가 낮은데 한국 드라마는 일본 영화보다 스케일이 좋다. '시그널' 같은 경우는 웬일로 일본에서 퀄리티 높은 드라마가 나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한국드라마였다. 한국 드라마를 그대로 만든거라니 납득이 갔다. 올초 '기생충' 바람이 불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 때는 한국을 싫어하는 일본인들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자국 콘텐츠를 수출하기 보다는 우리끼리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점이 일본의 콘텐츠 발전을 저하시키게 된 것 같다. 큰 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고 우리끼리 만족감을 느껴버리니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현지 드라마 관계자들도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후 반응이 좋으니, 한국의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선점해 리메이크 하려는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거주 중인 마유(22)씨는 "일본 드라마는 발상이 뻔하다. 사실 드라마를 끝까지 잘 못보는 편인데 '보이스'와 '시그널'은 끝까지 봤다. '시그널'에 출연한 SF9 찬희를 보며 한국의 아이돌은 연기도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시청자 쿄스케(24)씨는 "일본 형사물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시그널'은 내가 본 드라마 중 최고였다.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일본 드라마를 안보는 것이 아니라 못보게 된다. 감각적이고 역동적이다. 배울 건 빨리 흡수해서 모두가 놀랄 수 있는 일본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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