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손경식 경제3법 관련 간담회
손경식 "경제 정상화된 후 다뤄달라" 요청에
이낙연 "기업 골탕먹이기 아냐, 늦출 수 업다"
15분간 진행된 공개 발언에서 '입장차' 재확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겠지만, 이걸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내 경제3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이뤄진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회에서 기업경영과 투자활동을 제약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많이 제출돼 경제계로서는 걱정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 회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권 행사와 전략적 경영추진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서도 높은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게 되면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기업들이 회사 내부의 핵심 경영권 사항에까지 진입할 수 있고 이사회 구성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게 됨으로써 경영체제 근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기업이 비상장회사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사업에 투자를 하는 데 있어 과도한 경영간섭을 초래할 수 있고, 모회사 소액주주를 통한 자회사에 대한 소송남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범위 확대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해외기업으로 물량이 전가되는 부작용은 물론 규제 부담을 덜기 위한 대규모 지분매각으로 인해 경영권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ILO 협약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용자본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 걸 감안할 때, 시급하지 않은 경제 제도에 관한 사안은 우리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 중장기적으로 다뤄주길 요청드린다"고 재차 호소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법 개정 시기와 방향에 대해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제3법'에 대해 "아주 오래된 현안이고 우리 기업들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기업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계의 우려를 듣고 부분적으로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겠다"면서도 "이것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이 어렵다는 손 회장의 호소에 "경제가 몹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OECD가 2분기 회원국 성장률을 발표했는데 우리가 제일 나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출도 회복됐다"며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는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대·중·소 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추석 연휴 오송에 있는 코로나 진단키트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작년에 그 기업의 매출이 373억원이었는데, 올해 1조4천억을 넘을 것 같다더라"며 "중기벤처부가 지원하고 삼성전자가 IT를 접목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체제로 짧은 기간에 변화시켜 놨다. 바로 그런 사례가 바로 경총이 50주년에 내걸었던 '함께하는 경제, 함께 여는 미래'의 상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 모두발언은 15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김진표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장, 양향자 최고위원, 오영훈 비서실장, 신영대 대변인이 동석했다. 재계에서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SK사장, 황현식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