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중소기획사로 출발했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적인 그룹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영향으로 한 순간에 기업가치 5조의 기업으로 거듭났다. 데뷔 당시 ‘소년 가장’이라 불리던 방탄소년단의 활동 7년 동안 일궈낸 찬란한 성과다.
1997년 박진영에게 발탁돼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방시혁(현 빅히트 의장)은 2005년 2월 빅히트를 설립했다. 3인조 혼성그룹 에이트를 선보이고, 2AM의 음반을 총지휘했지만 빅히트로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내면서 기세가 달라졌다.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이돌 시장에서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이 대중의 눈에 띄는 건 쉽지 않았지만, 2016년 ‘윙스’(WINGS) 앨범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해 빅히트는 매출 360억원으로 급성장을 이뤄냈고, 2017년 924억, 2018년 2142억, 2019년 5879억 등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4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빅히트는 2017년부터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국내 3대 기획사마저 추월했다. 이 실적은 방탄소년단이 단일 앨범으로선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영향이 컸다.
이 과정에서 빅히트는 2018년 CJ ENM과 합작사 빌리프랩을 설립했고, 최근 엠넷 ‘아이랜드’를 통해 빌리프랩 소속 첫 그룹인 엔하이픈이 탄생했다. 또 2019년 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을, 올해 5월에는 뉴이스트, 세븐틴이 소속된 기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레이블로 편입시켰다.
엔터테인먼트의 확장은 물론,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여러 계열사를 누리고 있다. 먼저 온라인 플랫폼 등 IT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비엔엑스(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팬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의 개발 및 운영사),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한 음악 게임 제작을 담당하는 수퍼브, IP를 활용한 굿즈 제작·콜라보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빅히트 아이피, 공연과 전시 관련 사업이나 영상 콘텐츠, 음반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빅히트 쓰리식스티, 한국어 등 언어 교육용 콘텐츠 개벌사인 빅히트 에듀 등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빅히트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25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빅히트 공모주 경쟁률은 1117.25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4조8000억원 가량이다. 앞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3사(SM·JYP·YG)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원 남짓이었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은 연이어 빅히트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면서 적정 시가총액으로 10조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상장의 중심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빅히트 증권신고서를 보면 회사 아티스트 매출액에서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7.4%, 올해 상반기 87.7%다. 쏘스뮤직과 플레디스 등을 인수한 이후 매출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비중은 빅히트 매출의 절대적 우위에 있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 중심의 상장, 그리고 과도한 기업가치 책정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방탄소년단의 확장 가능성 그리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단순히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닌, 하나의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과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봤을 때 전혀 무리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다른 아이돌 그룹들의 성공과 비교해 높은 가치로 평가되는 건,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적인 면과 뚜렷한 정체성, 그리고 빅히트가 가지고 있는 기획력의 시너지 때문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노래와 앨범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활용한 다른 장르로의 확장성까지 가지고 있다.
여기에 빅히트는 최근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레이블과 비즈니스, 글로벌 팬덤을 모두 묶은 ‘빅히트 생태계’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공간은 여러 서비스와 팬덤 활동이 더해지는 것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 그리고 이종 사업간의 융합으로 인한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확장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앞서 빅히트의 기업가치 산정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들어간 것도 빅히트를 단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장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 했기 때문이다.
한편, 빅히트의 청약 신청은 5일과 6일로 예정돼 있다. 총 713만 주를 공모하고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13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총 공모 금액은 9625억50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