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예능 포맷도 바꿨다.
만남이 사라지고, 온라인·화상통화 등을 통한 비대면 문화가 불가피한 시대,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을 선보이기 전 소개와 홍보차 진행되는 제작발표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인터뷰 역시 화상으로 진행된다. 대중과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공개 코미디나 야외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무관중 녹화, 혹은 촬영장을 실내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맞은 변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예능에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코로나 상황에 맞게 일시적으로 포맷을 수정하는 것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비대면’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을 하나의 콘셉트로 활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6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는 코로나 시대에 나온 대표적인 비대면 콘텐츠다. 앞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자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했던 경험을 살려, 백종원은 ‘쌍방향 생중계 소통 요리 방송’을 펼친다. 전 국민, 전 연령의 ‘요린이’(요리 초보들을 일컫는 말)들이 함께 하면서 언택트 시대에 걸 맞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는 같은 시기 론칭한 올리브 채널 ‘집쿡라이브’도 있다. 이 프로그램 역시 TV와 온라인으로 요리 수업이 실시간 생중계된다.
생중계의 특성상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쫄깃한 긴장감은 이 프로그램들에서 볼 수 있는 신선한 재미다. 규현은 “다른 방송에서는 안 보이는 곳에서 무언가를 몰래 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한다. 허튼수작을 부릴 수 없다”고 생중계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방송은 시청자들의 피로를 높이기도 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비대면 콘텐츠들이 다수 등장했다. 기존 아이돌 가수들을 모아놓고 각종 운동 경기를 펼치던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e스포츠로 종목을 변경해 ‘아이돌e스포츠선수권대회’로 진행했고, 음악추리 예능 ‘방콕떼창단’은 ‘방콕’ 생활을 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발맞춰 방구석에서 정체를 숨긴 채 떼창하는 ‘방콕떼창단’과 이들의 정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튜디오 추리단의 비대면 추리 대결이 펼쳤다. 또 인테리어 고수들이 랜선집들이를 통해 각종 인테리어 팁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도 전파를 탔다.
앞으로 방송을 앞둔 비대면 중심 프로그램도 있다. KBS에서 10월 9일부터 방송될 ‘위 캔 게임’은 안정환, 이을용, 딘딘, 홍성흔 등이 출연하는 e스포츠 소재의 게임예능이다. 이미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K-게임과 e-스포츠는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반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방송되는 건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수요를 알아보기 위함이기도 하다”면서 “단순히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꼭 코로나가 아니어도 이미 대중들 속에는 비대면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고,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대중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대신할 순 없지만, 비대면 예능도 꾸준히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