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높은 정유사업 대신 부가가치 높은 '비정유' 선택
SK이노 배터리 증설, GS칼텍스 모빌리티 사업 확장 등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업황 불황과 정제마진 악화로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이 '비정유' 부문 사업 재편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정유사업만으로는 실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유사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배터리 사업, 석유화학, 모빌리티 사업 등에 속도를 내면서 중장기 생존 전략을 마련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 신·증설을 단행중이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연내 중국 옌청 공장(20GWh) 증설이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생산량은 39.7기가와트시(GWh)로 늘어난다. 아울러 2023년까지 조지아1·2공장, 코마롬2공장을 완공하면 생산능력은 71GWh로 확대된다.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으로 배터리 증설에 나서는 것은 전기차 시장이 무섭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대신 친환경차 도입을 위한 각종 정책에 주목하면서 전기차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블룸버그 NEF는 '전기차 전망 2020'을 통해 승용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올해 2.7%, 20203년 7%(540만대),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 58%로 각각 확대될 것으로 봤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간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방향족 사업만 영위해왔으나 이번 HPC 프로젝트로 올레핀 분야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이로써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HPC 공장에선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 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까지 설비투자를 완료할 계획으로 여기서 폴리에틸렌 연간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환경 이슈와 원가경쟁력으로,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모빌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유소의 장점을 살려 주유 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셰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차량을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카셰어링 뿐 아니라 전동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정차 및 충전 장소로도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2022년엔 국내에서만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에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기업인 라임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엔 비운전자를 위한 모빌리티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GS칼텍스는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시연했다. 모바일 앱으로 GS25 편의점 물품을 주문하면 드론이 해당 제품을 적재해 운반하고 이를 자율주행 로봇이 넘겨 받아 배송지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해 주유소를 주유, 세차, 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드론∙로봇 배송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