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이달들어 1조5382억원 순매도, 거래대금 하락 속 하방 압력
대주주 요건 3억원 여파로 투자심리↓…전문가 "당분간 매물 출회"
기관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코스닥 시장이 하루새 4% 가까이 빠졌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랠리에도 코스닥 지수는 40여일만에 800선이 무너졌다. 개미가 폭풍 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지만 코스닥 지수는 연일 하락세를 지속했다. 코스닥 시장에서의 거래량과 거래대금 규모도 이달 중순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대주주 요건 강화 여파가 코스닥 시장내 투자심리 마저 얼어붙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지수는 29.94포인트(3.71%) 하락한 778.04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이 1598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막판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257억원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기관은 1727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기관은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순 경부터 매일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 내다팔고 있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매일 2000억원이상 팔았다. 기관은 이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1조5382억원을 팔았다. 통상 연말에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대규모 매물 출회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번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개미의 매수세는 더욱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코스피에 대한 매도세를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1조859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1조3837억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개미의 매수세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인 것은 기관의 대규모 매도 물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부터 코스닥은 꾸준히 1% 이상 밀리며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연말 대주주 양도세가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며 투심이 약해진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의 몇가지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이유가 대주주요건"이라며 "글로벌리 상승폭이 컸던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유동성이 신규로 들어와야하는데 대주주 문제로 실망감이 다시 번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많이 올랐던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조정도 이뤄지고 있어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께 코스피와 코스닥이 합쳐 10조 이상의 매물 출회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서 향후 개인들의 매도 전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는 직전 연도에 개인이 대거 이탈하는데 이번에도 대규모 물량 출회가 예상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주주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개정된 보유 시가총액이 3억~10억 사이에 있는 투자자 수는 작년말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5만명, 코스닥시장에 3만100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신규 대주주로 포함되는 투자자의 시가총액 규모가 더 중요한데 작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는 26조원, 코스닥은 1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해당 금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1.8%, 코스닥 6.6%로 추정되고 있다.
개인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마저 매도 물량이 거세질 경우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에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해 개인 투자자 물량출회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의 매물 출회가 본격화되면서 비중 측면에서 볼 때 코스피 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헬스케어 업종이 최근 다시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개미들의 투자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대주주 요건 개정안으로 코스닥 시장의 신규과세 금액이 11% 증가하며 코스피 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의 상대적 부진과 종목별 변동성에 유의해야한다"며 "특히 코스닥 시장은 최근 상승폭이 컸던 헬스케어가 다시 하락하며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