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맞설 마땅한 원내 카드 없어
국민 여론 힘입어 싸워야 한다는 판단
비대위 출범 후 거리 둔 '장외투쟁' 고려
"국민이 있기 때문에 옳은 일이 이길 것"
국민의힘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 도입과 여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드라이브를 견제하는 과정에서의 투쟁 방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거대여당에 맞설 합법적 카드가 마땅치 않은 만큼 국민 여론 형성을 위한 장외투쟁 카드까지 저울질 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 도입 요구와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마저 뺏으려하는 정부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강조한 키워드는 '국민'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특검 관철이 어렵고, 야당의 처장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국민 여론에 힘입어 싸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 원내대표는 "103석 밖에 없는 우리가 특검을 우리 힘으로 관철할 방법이 없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당이 거부를 못하게 하는 방법 뿐"이라며 "우리가 숫자가 부족하다고 절대 자포자기하거나 의기소침 하지 말자, 국민이 있기 때문에 옳은 일이 이길 것"이라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기승을 부리던 권력들이 조금 지나면 서리 맞은 채소처럼 시드는 것 많이 봐오지 않았는가"라며 "우리가 옳은 길이고 저 쪽이 나쁜 길이라 끝내 우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해서 정권의 잘잘못에 차곡차곡 점수를 매기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에 이어 규탄 발언에 나선 이영 의원도 "국민들에게 호소한다"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어떠한 범죄가 이뤄졌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 연루된 사람을 철저히 수사해 죄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특검을 국민의 목소리로 관철시켜 달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외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당 차원에서 거리를 뒀던 장외투쟁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장내투쟁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민주당이 저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하면 우리도 가용할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장외투쟁 카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전임 지도부가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장외투쟁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가까운 기억이 분명히 존재하는 탓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민 눈에 자칫 지나친 정쟁 유발로 비춰져 민심의 이반을 가져온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는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다"며 "국민 정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장내·외 투쟁 병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장외투쟁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원내투쟁을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원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이 막무가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억지와 위법을 자행한다고 하면 직접 국민들에 호소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