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따이궁’ 의존도 높아지는 면세업계, 매출과 수익성 사이 딜레마


입력 2020.11.02 06:00 수정 2020.10.30 15:58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지난달 외국인 1인당 구매액 2000만원 첫 돌파, 전체 매출의 97% 차지

코로나 상황 속 유일한 매출 채널, 할인율 높이는 경쟁 속 수익성 악화 심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도착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정부 규제 완화로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제3자반송이 허용되면서 숨통은 트였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어 실적 반등을 위한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840억원으로 지난해 9월(1조4841억원)보다 33.8% 감소했다. 그러나 전달인 8월에 비해서는 2.8% 증가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2180만원(1만8511달러)으로 처음으로 2000만원을 돌파했다. 기존 역대 월별 최고치는 지난 8월 1843만원으로 두 달 연속 역대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1년 전인 작년 9월 930달러와 비교하면 1890%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반 관광객 대신 중국 보따리상들의 구매액이 늘어난 결과다. 현재 면세점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7%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입국 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다 보니 자주 오지 못하는 대신 한 번 왔을 때 가능한 많이 구매해가는 현상이 자리잡았다.


국내 입국 시 2주, 중국으로 돌아가서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다 보니 한국에 한 번 오려면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가격리 시 숙식 비용과 비행편이 줄면서 코로나 이전 십만원대에서 현재 백만원대로 뛴 항공료 부담도 높아지면서 구매액이 늘어난 것이다.


관세청에 이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이 1인당 구매 제한 조치를 완화한 점도 구매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관세청은 지난 2월 해외 관광객이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 제한 기준을 풀었다. 이전까지는 화장품 50개, 주류 50병 등으로 제한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중국 매출이 감소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들도 자체 구매 제한 요건을 완화했다. 화장품은 따이궁이 한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면세업체들도 따이궁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이들이 아니면 마땅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채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하이난과 주요 도시 시내면세점 구매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 면세점과의 경쟁 강도도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점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경쟁 상대가 국내 면세점 뿐만 아니라 중국 면세점까지 확대됐다”며 “따이궁들이 한국 면세점을 계속 찾기 위해 할인율을 높여주는 등 혜택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판매를 할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부분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국내 면세업계는 상반기에만 2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따이궁에 대한 할인 마케팅 등으로 인한 마진율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재고 문제도 있고 면세점은 직매입 구조다 보니 현금이 계속 돌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며 “국가 간 이동제한이 풀리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따이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자국 면세점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따이궁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 같다”며 “면세산업 1위라는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