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헌 개정 침묵 지속…野 "文 유리한 말만 해"
추윤 갈등·박원순 성추행 의혹 등에도 언급 삼가
문재인 대통령이 3일에도 '선택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했지만, 이 조항을 만든 당사자는 정작 관망만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적이 연일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부터 당헌 개정 작업에 돌입해,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을 완료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 조항에서 강조한 '부정부패 사건'에 따른 궐위로 치러진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모두 성범죄에 연루됐다.
민주당의 '당헌 뒤집기'가 결국 강행되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문 대통령에게 향한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대표로서 '정치 혁신'을 위해 해당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5년 전 직책까지 건 당헌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데 대통령은 답이 없다"며 "유리한 말만 하지말고 곤란한 질문에도 답해주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유일한 공식 일정인 국무회의에서도 관련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중립' 동참이 필수적이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여권에 불리한 국면으로 해석될 때마다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관련이다. 정치권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권자인 만큼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현재까지 입을 닫고 있다. "대통령이 총선 이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라'고 했다"는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을 삼가고 있다.
지난 7월 박원순 전 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며 박 시장의 사망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시장 등 같은 당 소속 정치인의 논란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침묵의 기간이 길어 논란의 중심에 선 때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공무원의 사망 첩보를 입수한 지 43시간 만인 9월 24일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식석상 언급은 나흘 뒤인 9월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논란 발생 한 달 만인 6월 8일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자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기까지 35일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