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마무리…단숨에 1위 기업 도약
해외 시장 아이스크림 수출 지속 증가세
마케팅 강화로 보수적인 미국 유통망 진입
코스트코 등 통해 미 전역 메로나 본격 판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품고 단숨에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1위 기업으로 우뚝 올라 선 데 이어, 해외 시장에서도 갈수록 존재감을 뚜렷히 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인 ‘메로나’를 앞세워 미국 유통의 메인스트림으로 통하는 현지 코스트코 확장에 성공하면서 또 한 번의 활약이 예고된 상황이다.
업계에선 해태 인수와 더불어 미국 주류 시장 접수까지 그야말로 ‘겹경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 유통시장의 외곽을 돌며 십 수년 동안 쌓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매출은 2017년 210억원에서 2018년 250억원, 지난해 33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빙과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올랐다.
빙그레 아이스크림은 K-푸드 열풍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올해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효과까지 더해졌다. 외출 기피 현상으로 디저트를 집에서 즐기려는 가정이 늘면서 대량으로 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재택근무가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찾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해외 시장은 아이스크림이라는 디저트가 국내 시장과 달리 365일 매일 먹는 보편적인 간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빙그레의 대표제품 ‘메로나’가 인기다. 메로나는 미국에서 연간 1000만개 이상 팔린다. 국내와 달리 딸기·망고·수박 등으로 맛도 다양하다. 현지 편의점업계 수입 아이스크림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의 미국 수출은 1995년 하와이로 부터 시작됐다. 당시 하와이에서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수입 업체가 메로나를 구입해 가기 시작한 것이 주요 발판이 됐다.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LA, 뉴욕 등으로 판매 반경이 넓어졌다.
이후 빙그레는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과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미국 내 매출 증가를 위해 2017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 수출은 냉동 상태로 배에 실어 보내는 탓에 물류비 부담이 크다. 현지 생산은 다양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빙그레는 교민시장 공략을 계기로 꾸준히 미국 시장 넓히기에 나섰다. 각종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에도 꾸준히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최근 미국 주요 유통 채널인 코스트코에 입점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오래 전 코스트코 매장에서 메로나 제품을 판매하긴 했으나 일부 점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미 전역으로 본격 확장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는 현지 유통 주류의 상징으로 통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콧대 높은 미국 메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 외국 식품업체가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교민시장 → 아시안, 히스패닉 시장 → 현지시장 등 크게 3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식품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 신뢰를 얻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 나라의 입맛을 공략하고 식문화를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며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1990년대 우리나라에 진출했는데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10년도 이후다. 그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도 해외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말했다.
빙그레는 내년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 확대에 본격 박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인수를 결정한 해태아이스크림도 해외 사업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콘 제품군에선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아 온 만큼 해태의 주력 제품군이었던 부라보콘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빙그레는 지난달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인수를 위한 잔금 지급을 마무리하고 자회사로 편입을 완료했다. 또 지난달 초 해태아이스크림의 신임 대표까지 정해지면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이 해외시장 공략과 관련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실제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를 발판으로 부라보콘 등의 수출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해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품목을 바와 콘으로 다변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빙그레가 조만간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수출 물량 증가 속도가 빨라진 데다 향후 코스트코를 통해 미국 전 지역으로 제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수출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지 생산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빙그레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볼륨이 현재보다 더욱 커진다면 공장 증설 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마케팅에 따른 변수가 굉장히 많은 상황이고, 앞으로는 그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현지 전략들이 필요할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시장 내 확장을 위해 미국 법인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