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은정의 핀셋] 벼랑 끝 바이오 기업도 도전 기회 주어져야


입력 2020.11.09 07:00 수정 2020.11.08 20:42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코오롱티슈진·신라젠 등 상장폐지 위기

미국·중국서 글로벌 임상 진행 중이던 와중에 날벼락

재기하려는 기업의 희망의 불씨 꺼트려선 안 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티슈진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1999년부터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전자치료제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국내에선 인보사 개발이 성공하리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도 코오롱은 인보사 개발에 성공,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헌데 인보사가 허가 당시 연골세포로 신고한 것과 달리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5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그러면서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당시 중요 사항을 허위 기재 또는 누락했다고 보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고, 최근 상장폐지가 의결됐다.


비슷한 위기에 처한 바이오 기업은 또 있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면역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이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이달 말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신라젠은 5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8월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을 중단하면서 악재가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고, 2017년 11월 8조7000억원이던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66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두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배경과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신약개발에서 실패나 착오를 겪었다는 점에서는 같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 십년이 걸리고 최소 수천억의 비용이 들지만 최종 성공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만족할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거나, 혹은 경쟁약이 더 빨리 출시된다거나 하면 임상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의성이 없었다면 바이오 기업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라도 줘야하는 게 아닐까. 지금 당장 상장폐지를 시켜버리면 임상 시험을 진행할 투자자금이 씨가 마르게 된다.


물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횡령이나 배임을 한 기업에 무조건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인 회사들의 싹을 잘라버릴 필요는 없다.


기업들에게 상장폐지라는 극약을 쓰기 전에 신약 개발 실패와 임상 중단이 빈번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했으면 한다. 또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업체들의 희방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은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