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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수 캐스터의 헤드셋]"감사합니다" 10개 구단 응원단에 전한다. 고 박지선씨에게도!


입력 2020.11.08 14:00 수정 2020.11.08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두산 베어스 응원단. ⓒ 뉴시스

“외야!!! 외야!!! 지금부터 외야만 응원합니다!!! 못하기만 해봐!! 아주 그냥!!!

준비하고 시작!!!”


두산 베어스 한재권 응원단장이 외야에 있는 관중들에게 응원을 유도할 때 던지는 말이다.


한 단장은 상대적으로 응원단상에서 떨어져 있는 외야 관중들에게도 응원 동참을 유도한다. 그가 내뱉는 말투는 어찌 보면 불특정 다수의 관중들에게 쓰는 어법과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약간의 반말이 섞인 말투지만 그의 말을 듣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관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친숙한 말투에 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 단장의 응원은 분명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응원이다.


한화 이글스의 홍창화 응원단장 또한 특유의 넉살을 앞세워 경기 후반이 되면 팬들과 한목소리가 되어 육성응원으로 야구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한화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야구장에서 홍창화 응원단장이 이끄는 응원과 육성응원을 하는 재미에 야구장을 찾는다는 팬들도 있다. 마치 하루의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하는걸 보면 홍창화 응원단장의 응원은 분명 마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 조지훈 응원단장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 시작 전 내야 뒤쪽에서 긴 망토를 두르고 손을 흔들며 등장한다. 역시나 팬들은 터져나갈 것 같은 엄청난 환호와 박수로 그를 맞이한다. 크지 않은 체구지만 팬들을 호루라기와 손짓만으로 압도하는걸 보면 천생 그는 응원단장이다. 그런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경기 내내 쉼 없는 움직임의 조 단장만 보고 있어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언급했던 3인의 응원단장은 이렇게 올 시즌을 회상한다.


“비어있는 관중석을 보며 고요속의 외침,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죠.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어쩌나. 그때는 나는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내가 선택한 직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팀이 승리했지만 함께 기쁨을 나누고, 수고했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싶은데 관중이 없으니 황당했죠.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거 미쳤다고 생각하며 단상에 섰어요. 시즌 막판 20%의 관중들은 진짜 고맙고 감사했어요. 팬들이 함께해주니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죠.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미치겠더라고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발 내년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해요.“


지난 2일 우리에게 친숙한 개그맨 박지선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그녀의 죽음에 대중은 물론 그와 함께 무대에 섰던 동료, 선후배들 또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슬픈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생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녀는 35년간의 짧은 생을 뒤로하고 우리에게 웃음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남들에게 웃음을 선사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박지선. 웃음 뒤의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주고 간 웃음과 긍정적인 에너지는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웃음을 주고, 에너지를 주고, 미소 짓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감히 상상해본다.


잠실야구장. ⓒ 뉴시스

앞서 언급한 프로야구의 응원단장들, 덥고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무대에서 열정을 다한 치어리더, 그리고 응원단 모두들. 분명 그들은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한결 같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웃음을 주려 노력하고 있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만약 우리 삶에 즐거움이 없다면, 웃음이 없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웃음을 잃고, 서로에게 표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침 한번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올해 지구인 모두는 마치 지독한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불안한 하루하루. 이 악몽 같은 시간이 언제 끝날까.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이런 힘겨운 삶속에서의 웃음은 한줄기 빛이 아닐까.


미소 짓게 하고, 웃을 수 있게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이들. 바로 당신들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고 이 세상이 유지되며 그 웃음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는 게 아닐까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가 사랑하는 프로야구가 웃음을 잃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힘써준 10개 구단 응원단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먼저 떠난 고 박지선씨에게도.


글/임용수 캐스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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