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부족으로 2년 연속 전북에 리그 우승 허용
김태환-이청용 복귀, 울산 전력에 큰 플러스 효과 기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진 울산 현대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05년 이후 수차례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2인자에 머물렀던 울산이다.
지난 몇 시즌 동안 K리그 판도는 이른바 ‘전북 천하’였다. 하지만 울산은 2019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북과 선두 경쟁을 벌이며 확실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다소 지루하고 소극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김도훈 감독에 대한 비판론을 잠재울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울산은 37라운드까지 전북에 3점차로 앞선 선두를 내달렸다.
하지만 울산은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충격의 1-4로 대패를 당했다. 같은 시각 강원을 제압한 전북은 울산과 승점 동률에도 불구하고 다득점에서 앞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절치부심한 울산은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조현우, 김기희, 정승현, 윤빛가람, 고명진, 원두재, 김보경, 이청용 등 스타플레이어를 대거 영입하며 'K리그 1강' 전북을 능가하는 스쿼드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울산은 시즌 내내 1위를 내달리며 우승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울산은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25라운드 포항전 0-4 대패에 이어 26라운드에서 전북에 0-1로 덜미를 잡혀 순식간에 미끄러졌다. 결국 울산은 승점 3점차로 전북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다잡은 우승컵을 잡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전북과의 세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이 큰 상처였다. 울산으로선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은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리그 3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던 모습을 어느 정도 지워낸 것은 긍정적이었다.
전반에는 전북의 파상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후반 초반 무릴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울산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주니오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이후 경기 종료 직전까지 전북을 몰아쳤다.
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과의 FA컵 결승 2차전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허리 싸움이다.
올 시즌 K리그 MVP에 빛나는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의 빌드업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빼어난 수비력마저 장착한 손준호의 터프한 압박을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울산에게 주요 과제다.
그리고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이자 ‘골무원’으로 불리는 주니오가 살아난 것이 호재다. 주니오는 홍정호, 김민혁, 최보경 등 전북 수비진에 약한 면모를 보였지만 지난 1차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또, 1차전에서 결장한 오른쪽 풀백 김태환도 복귀를 앞두고 있어 울산 전력에 큰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김태환의 빠른 스피드는 전북의 왼쪽 측면 윙어 바로우를 막아냄과 동시에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물꼬를 틀 수 있어 기대감을 모은다.
이밖에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이청용이 2차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드필드에서 이청용의 영리한 볼 키핑과 플레이메이킹은 울산에게 필수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