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선거 불복 트럼프 사실상 '지지'
소송전 마무리돼야 대선 승자 확정될 듯
바이든 인수위, 'ABT 기조'로 정책 구체화
보건·기후·국방 등 전방위 노선 수정 전망
미국 정치권을 양분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마이웨이'를 천명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화당이 선거 불복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정책'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00% 그의 권한 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살펴보고 법적 선택권을 저울질 할 수 있다"며 "재검표를 진행하고 있는 주(州)만 1~2곳이고, 최소 5개주에서는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미국에선 모든 합법적 표가 개표돼야 한다"며 "불법적 표가 개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법적 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매코널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발언으로 해석된다.
백악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 개표 중단을 요구했을 당시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개표 집계를 끝내는 것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 반하는 견해를 내놔 '백악관에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발언으로 '친(親)트럼프 성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대선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지원사격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모든 합법적 표가 개표될 때까지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 언론들은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 승복을 설득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날 입장 발표로 관련 가능성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함에 따라 대선 관련 불확실성은 법원 판단이 나와야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집권시 '트럼프 지우기' 나설 듯
사실상 모든분야서 '반트럼프' 정책 예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 영향으로 인수위원회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바이든 당선인은 '반트럼프 정책'을 구체화하며 차기 행정부 노선을 다잡아가고 있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경제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 등 4가지로 사실상 '트럼프 시대'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통해 전임 클린턴 행정부 지우기에 나섰듯,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Anything But Trump(ABT)' 노선이 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전국적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부 계획에도 주 정부와의 협력, 국민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을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해온 '느슨한 방역'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인수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공언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을 내세운 바 있어 화석연료 사용에 우호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 정책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경제 분야에선 대선 공약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손보는 한편,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 관련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 제한, 이슬람권 국가들에 대한 입국비자 금지 등의 조치도 보다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방 정책 역시 상당 부분 노선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백악관 입성 후 △성 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 재개 △핵무기 개발 원점 재검토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행정명령을 통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러시아를 문제 삼으며 중거리핵전력조약(INF)·항공자유화조약에서 각각 탈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