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경선은 100% 여론조사…인지도가 관건
본경선은 흥행 초점…엔터테인먼트 역량 필요
'조직경선' 방지책·여성 가산점은 남은 과제
대권주자 결단 내려 뛰어들지도 관전포인트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적용될 당내후보 경선 룰을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 100%, 본경선 국민 80%·당원 20%로 결정했다.
예비경선에 선출직 출마 경력이 없는 복수의 '정치신인'이 도전할 경우, 그 중 한 명은 여론조사 4위 내에 들지 못하더라도 '신인 트랙'을 통해 본경선에 진출한다. 이렇게 본경선에 진출한 후보들은 '1대1 토론' 등을 통해 최종 후보 자리를 다투게 된다.
12일 확정된 '경선 룰'은 흥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이다.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곳곳에 안배돼 있다는 점에서 경선준비위원들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인 트랙'은 '깜짝 신인 후보'의 본경선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본경선의 흥미와 주목도를 높이려는 장치로 보인다.
선출직 출마 경력이 없는 기업인·관료의 영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무적 배려일 수도 있겠지만, 서울시장·부산시장에 출마할 정도의 영입인사라면 100% 일반국민여론조사에서 4위 내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순수 정치신인'을 위한 장치로 기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본경선에서 4~5명의 후보자를 놓고 '1대1 토론' 중심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할 지점이다.
한 경선준비위원은 "다자토론은 그 성격상 관심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여러 정당의 후보 경선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대1로 맞붙었던 바른정당 경선"이었다고 설명했다.
토론 직후에 시민평가단의 투표 결과가 즉각 공개된다는 것도 화제를 제공하고 여론의 관심을 환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결과는 국민과 당원들의 실제 본경선 투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 100%로 치러지는 만큼 '인지도'가 관건이며, 여론조사 상위를 차지한 4명의 후보와 '정치신인' 등 최대 5명이 겨루는 본경선에서는 엔터테인먼트적 역량이 강한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향후 과제로 '조직 경선' 방지 수단 마련과 청년·여성 가산점 등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경준위가 확정한 경선 룰에 따르면, 예비경선은 국민여론조사 100%로 진행되지만, 본경선에는 당원투표 20%가 반영된다.
이를 놓고 김철근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 등 일부 인사는 "죽도 밥도 아니다. 100% 완전시민경선을 도입하라"며 "당내 인사든 당밖 인사든 특혜도 불이익도 없는 경선 룰이어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최근 영남 당심(黨心)의 동요를 고려하면 정치현실과의 불가피한 절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100% 완전시민경선은) 우리 당원들이 '당원은 뭣 때문에 존재하느냐' 그런 문제도 걸려 있다"며 "적절한 타협점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고하기도 했다.
당원투표가 일부 반영되는 이상, 당내 조직력이 강한 후보가 경선을 앞두고 책임당원을 '투입'하는 일을 막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당비 대납 등을 통해 책임당원을 대거 조직하면 경선의 감동이 사라지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준위에서 결론을 못 낸 청년·여성 가산점은 향후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군에 유력 여성 인사들이 있는 만큼, 유불리가 첨예하게 갈리는 요소라 공관위에서도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준위는 애초 재보선기획단 성격으로 발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반에 당 지도부 핵심 인사와의 이견, 일부 내정자의 적격 문제 등이 돌출되면서 위원장·위원 변경이 있었고, 기구의 성격도 '경선 룰' 논의에 한정되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초창기에 풍파를 겪은 것에 비하면, 경준위는 주어진 역할과 범위 내에서 최선의 산물을 만들어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또다른 경선준비위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경우, 대권주자급 인사의 출마 결단 여부가 남아있는데, 이것은 '경선 룰'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경준위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세밀하게 마련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