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딩클리 앞에 붙는 수식어는 여러가지다. 앨범 디자이너,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2018년부터 뮤직비디오 미술 감독으로 영역을 넓혔다. 처음에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현장 미술을 봐달라는 요청을 받아 자연스럽게 입문했다. 인테리어와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재미있게 뮤직비디오 속 세계를 꾸려나갔고, 어느새 본격적으로 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미술과 공간을 구축하는 일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시작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돼 여러 작품을 만들다보니 녹록치 않은 현실이었다. 공간, 소재, 카메라 앵글에 대한 이해와 변수를 대비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했다.
"변수가 많고, 열심히 준비했어도 현장게 가면 늘 불안했어요. 항상 철저하게 준비된 상황을 즐기는 편이라 변수가 생기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현장에선 그걸 빠르게 대처해줘야 할 능력이 필요하더라거요.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죠. 사실 지금도 촬영 전날은 잠을 잘 못자요."
우리가 보는 뮤직비디오의 공간과 소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될까. 딩클리가 말하는 작업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뮤직비디오 촬영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작업이었다. 촬영을 하는 중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며 상황과 순간에 대비하며 완성해나간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미지화를 시킬건지 구체적인 아트 콘셉트를 짜기 시작해요. 현장감을 알기위해 사전답사도 필요해요. 필요한 공간에 대해 여러가지 시안과 필요한 소품 리스트들을 추려 예산안을 짜서 제시하고 거기서 조절하면서 바레이션합니다. 때에 따라 세트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도면작업이 필요하고, 제작소품이 있으면 디자인을 해 업체를 컨택하고 ,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나머지 필요한소품들은 구입하거나 렌탈해 준비해놓습니다."
가수들의 앨범 디자인을 겸업하고 있는 그는 현장미술과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완전히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각각 직업이 주는 매력과 차이점, 또 겸업하고 있기에 낼 수 있는 시너지를 물었다.
"디자인은 제약이 없어서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를 표현 할 수 있고 음악을 축약해 한장의 이미지로 표현 해주면 됩니다.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는 노래 전체를 이미지화 시켜야하며 현장 컨디션과 예산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디자인과 그림 그리는데 더 익숙한 저의 경우에는 현장에 필요한 디자인들을 제작하거나, 이미지화 시키는 데 있어서 좀 더 수월한 편이죠. 앨범 디자인 경우에도 실제 촬영이 필요해 현장미술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는 후반 디자인 부분을 감안해 현장에서 공간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두가지를 동시에 하게되는 셈입니다. 2D 작업에 익숙해져있어 처음 현장미술을 할때 공간감이나 현실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는데, 경험하면서 차차 보완하고 습니다."
자신이 참여했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갔던 현장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금방 잊기 때문에 최근 작품이 항상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최근엔 광고촬영이 있었는데 '두리쥬아' 박토벤 선생님과 함께한 NH광고가 재미있었어요. 프리기간이 타이트하고 제작소품들도 있었는데, 항아리 절단, 동전 3d제작등 처음 해보는 작업들이 있어 , 그 과정들을 보며 또 하나 배웠구나 싶었거든요. 은행상품 광고여서 소품으로 제작한 돈이 7만장이었어요. 다들 ‘이 돈이 내돈이었으면..’ 하면서 세팅을 했어요. 다 한마음 같은 분위기 좋은 웃픈 현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촬영후 7만장의 지폐는 소각됐어요."
지나간 작품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딩클리지만, 그래도 첫 작품은 잊을 순 없다. 그날 긴장하고 느꼈던 감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일 처음 입봉했던 김나영 '그 한마디' 뮤직비디오가 애착이 가요. 흡혈귀 콘셉트여서 피도 만들고, 공업용비닐이 엄청 무거운데 그걸로 스튜디오 세팅 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소품으로 필요했던 흰색 생쥐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촬영하고 일주일정도는 몸살을 앓았던 거 같아요. 처음 시작한거니 더 깊게 발 담그기 전에 빨리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지금까지 하고 있는거 보면 또 그만큼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딩클리는 앞으로 예술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할 예정이다. 그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미셸 공드리 작품을 좋아해요. 동화같으면서도 표현력이 남다르잖아요. 예산이 큰 작품보다는 아이디어와 예술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