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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만만한 이정옥은 놔두고 추미애나 경질 의견 내라


입력 2020.11.15 07:00 수정 2020.11.15 06: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여당 위원장마저 짜증내는 무법 장관은 왜 말 안하나?

이정옥의 ‘국민 학습 기회’는 반드시 틀린 말도 아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왼쪽)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예나 지금이나 기타 부처 장관은 개각 대상이 되기 일쑤다.


정부 부처들 중에 국민들 생활 관점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지만, 권력의 세계에서는 주요 부처가 있고 기타 부처가 있다. 3~6공 시절엔 보사부, 교통부, 체신부, 동자부, 문체부 등이 그런 곳들이었다.


특히 보사부는 여성 장관을 위한 구색 맞추기용 부처로서 전문성도 별로 없는 친여 여성 인사가 잠시 기용됐다가 다른 주요 부처 소관 업무에서 대형 이슈가 터져 소위 민심 수습을 위한 개각을 단행할 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동반 ‘쇄신’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엊그제 민주당 의원들이 여가부장관 이정옥을 그런 정국 전환 개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공개적인 경질 건의를 청와대에 했다고 하니 정부가 몇 번 바뀌어도 변한 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실소도 하게 된다.


민주당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이유도 없이 하는 게 아니고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말이다. 그녀가 국회에서 내년 봄에 1000억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들여 실시하는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는 ‘성 인지 학습 기회’라고 한 게 교체해야만 하는 사유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성범죄를 저질러 사퇴하거나 자살한 자당 소속 시장들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사과는 커녕 그 시장 자리들을 되찾겠다고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자기들 스스로(당시 당 대표였던 대통령 문재인이 주도) 잘난 척하며 만들어 놓았던 ‘중대 잘못으로 인한 궐위 시 무공천’ 당헌을 간단히 뒤집어 버린 사람들이다.


그렇게 당헌 개정 작업을 마치고 선거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하는 시점에 이정옥 발언 논란이 불거지니 ‘어라, 저 사람 날리고 우리의 단호한 성 인지 감수성 수준을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에게 보여 주며 생색을 내자’고 한 것 아닌가? 사과는 안하면서 표는 얻고 싶으니까 장차 토론회나 유세 과정에서 야당이 공격할 빌미를 차단하려고 하는 얄팍한 계산이 읽히는 것이다.


논란이 된 질의와 답변을 찬찬히 살펴보자. 윤봉길의 손녀로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1번으로 이번에 처음 국회의원이 된 이 당 예결위 소속 의원 윤주경은 이렇게 물었다.


“성 인지 관점에서 838억원의 선거 비용이 피해자들이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신문에 게재된 것이므로 윤주경이 말한 정확한 문장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국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믿는 필자로서는 아무리 읽어 봐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국민 세금이 피해자들이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이라니... 아마도 두 사람의 잘못으로 국민이 억울하게 부담해야 하는 혈세를 언급한 것 같은데, 억지로 피해자와 여성을 목적어로 삼아 부자연스런 문장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는 화학을 전공한 이학도다.


이 질문에 사회학도인 이정옥은 꿈보다 해몽이 좋은 답변을 내놓았다.


“네, 이렇게 성 인지 감수성으로(감수성 문제로) 인해서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


야당과 여성계, 시민단체 들에서 들고 일어난 ‘망언’(妄言)이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게 볼 수도 있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시각이었으며 부정확한 문장의 질문에 어떻게 그런 순발력 있는 해답(?)을 꺼낼 수 있었는지 과연 박사 교수 출신답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그녀로서는 두 시장 사건을 겪으면서 그렇게 생각해 왔음에 틀림없다. 평소의 소신인 것이다. 이정옥은 윤주경이 “(여당 시장들이 성범죄를 저질러 들게 된) 838억원이 국민 학습비라는 것이냐?”라고 언성을 높이자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투 운동도 그렇고 박원순, 오거돈 시장 사건들을 통해 우리 국민, 특히 공공기관이나 민간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남자들은 각성하고 조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일들이 벌어져 언론에 나고 가해자들이 망신을 당하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는 곳들에서 여전히, 더 많이 성추행, 성폭행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정옥은 이런 맥락에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고 제안 겸 답변을 했다고 본다. 물론 838억원이 그 학습 기회를 갖기에는 너무 큰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박원순과 오거돈 때문에 비서실 여직원들을 비롯해서 전국의 수많은 여성 공무원과 회사원들이 더 안전해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아까운 혈세도 아닌 것이다.


야당과 보수우파 성향의 단체들은 민주당 시장들이 성범죄를 저질러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 싶어 했을 텐데, 그것은 집권 세력이 낙점해 장관이 된 65세 여성 학자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종류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 와중에 야권의 공격을 이용, 이정옥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청와대에 경질 건의를 했다는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모임 더민주(더 좋은 민주당)는 만만한 이정옥을 잡을 게 아니라 그야말로 광란의 폭주를 하고 있는 법무부장관 추미애를 그만 손절하는 게 마땅하다고 대통령 문재인에게 머리 조아리고 읍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요새 언론에는 추미애의 울화, 억지, 역정, 거짓말, 신경질 등이 날마다 새로 몇 가지씩 실리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읽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쓴웃음을 짓게 하거나 탄식을 하게 하는 그녀의 말, 말, 말이 보도됐고, 이 글이 데일리안에 게재되는 날에는 또 다른 추미애발 뉴스가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가히 추미애 재난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이런 사람을 스스로 내치지 못하는 성격의 인물이란 것을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됐다. 공수처인지 뭔지 그 기구에 대한 국가적 의의와 이유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야당 추천 공수처장 후보인 검사장 출신 석동현의 표현)이 태어날 때까지만 유임시키려고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이정옥 식으로 문재인의 추미애 끌어안기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아낸다면, 그녀 때문에 국민들이 심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심심하지 않음이 짜증, 피로감으로 변하고 있다는 걸 문재인과 민주당은 깨달아야 할 때가 됐다.


지금 추미애는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정에 못 이겨 검찰총장 윤석열과 그의 측근으로 보는 검사장 한동훈을 하루 빨리 쫓아내지 못해 자다가도 깨 몸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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