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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결집효과 견제?…사실상 사퇴 거론한 이낙연


입력 2020.11.18 01:00 수정 2020.11.18 06:10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이낙연 "윤석열, 정치 중립 논란 불식해야"

"그럴 마음 없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

충청·영남권 영향력 있는 윤석열 견제 시각

김경수 항소심 이후 친문 표심 겨냥한 포석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적 중립시비, 검찰권 남용 논란을 불식시킬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이 대표가 윤 총장 거취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대치 과정에서 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총장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 임기를 마쳐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윤 총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최근 윤 총장이 야권의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았다. 윤 총장은 정계 진출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대선이라는 폭풍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가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윤 총장(42.5%)이 오차범위 내에서 이 대표(42.3%)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대표가 호남과 친문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 중심으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34.9%, 국민의힘은 24.9%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윤 총장이 보수진영은 물론이고 중도성향의 유권자까지 더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면 이 대표 대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넣었을 경우 이 지사(42.6%)가 윤 총장(41.9%)을 소폭 앞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 동향이다. 이 대표와 윤 총장의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83.1%가 이 대표를 지지한 데 반해, 이 지사의 경우에는 73.8%로 이 대표에 비해 낮았다. 당내 지지율에서는 이 대표가 앞서지만 외연 확장력에서는 이 지사가 앞선다는 것이 숫자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여권에서도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 '투톱'이지만, 친문과 호남에서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는 다소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본선 경쟁을 걱정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 이 지사보다 윤 총장이 더욱 불편한 상대일 수 있다. 문제는 윤 총장이 정치권 내의 인물이 아니어서 이 대표가 직접적인 비판이나 대립각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은 이 대표가 취약한 부분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며 "호남 출신인 이 대표는 윤 총장의 폭발력과 충청·영남권에서의 영향력,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견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 대표는 윤 총장을 앞서고 있어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집권당 대표이고 윤 총장은 정치에 나설지도 불투명하지 않느냐"며 "하지만 윤 총장이 이 대표와 대립하는 상황도 아니라서, (이 대표가) 당내 경선 이후 대립각을 세우기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윤 총장 거취 관련 발언은 '친문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이후 갈 곳을 잃은 친문 표심을 잡기 위해 이 대표가 더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권의 대권 구도는)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재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이 대표는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친문 표심을 확실히 잡고 이 지사와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정치인 윤석열'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다고도 본다. 중립적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아닌 야권 정치인의 '편향된 수사'로 국민들에게 비치게 만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은 박근혜·문재인 정권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점 하나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며 "여권에서는 이것을 쟁점화하고 정치색을 씌우면서 사심으로 수사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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