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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美·日 선진국은 외면하고 이탈리아가 모범사례?


입력 2020.11.20 10:33 수정 2020.11.20 11: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제개혁연대, 벤처·관광국가 사례 제조업 강국 한국과 비교 '무리수'

美·日 등 대주주 의결권 제한 없이 감사위원 선임이 이사회 권한사항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반기업 정책으로 꼽히는 이른바 ‘3%룰’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논리가 역풍을 맞고 있다. ‘해외 선진국 사례’라며 꺼내든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의 의결권 제한은 국내 실정과는 전혀 다른 사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대법원으로부터 ‘주주권의 본질에 반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3%룰은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재계는 이 규정을 도입할 경우 우리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취약하게 될 뿐 아니라 경영상의 영업비밀 유출 우려도 커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진보 경제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9일 논평에서 “이스라엘, 이탈리아 두 나라는 대주주 의결권을 3%보다 더 낮게 0%로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는 안이 결코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스라엘이 ‘MoM 룰(Majority of Minority)’에 의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나머지 소수 주주가 과반 찬성으로 사외이사를 뽑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회사법에는 사외이사는 다수결로 의결하되 대주주 포함한 모든 주주의 다수결, 소수 주주의 과반 찬성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돼있다. 경제개혁연대의 주장과 달리 ‘지분만큼 표를 행사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탈리아를 예로 들면서 이사회 구성원 최소 1명을 소수 주주가 추천한 후보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논리에 맞춰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증권법에는 소수 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뽑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소수 주주들이 추천한 다수 후보들 중 대주주의 지지도 함께 받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애초에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의 법 제도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모범사례’로 꼽은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벤처기업 위주의 이스라엘이나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의 제도를 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추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스라엘은 인구도 서울시와 비슷하고 포춘 500대기업이 하나도 없는 국가인데, 포춘에 15개 기업이 속해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순 없다”며 “제조업 강국 한국과 벤처 위주의 나라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탈리아나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국가 경쟁력이 많이 차이가 난다”며 “우리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경제순위가 10위권인데 이탈리아와 이스라엘과 굳이 비교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작 우리 경제구조상 참고가 될 만한 선진국에서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곳이 없다. 미국과 일본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대주주 의결권 제한 없이 감사위원 선임이 이사회 권한사항이다.


대법원도 ‘3%룰’이 ‘지분만큼 표를 행사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해당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3%룰’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임을 강제하며 대주주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건 주주권의 본질에 반하며, 주식평등의 원칙, 1주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진보 진영에서 반기업적 논리에 기반한 규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다 보니 자본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우리 현실에 맞지도 않는 해외 사례를 무리하게 끌어다 제시하는 것 같다”면서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는 규제라도 만들지 말아야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경쟁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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