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5거래일째 ‘사자’ 랠리, 이달 7조 순매수...코스피 2600시대 활짝
원화 강세·펀더멘털 개선 요인에 외인 매수세 몰려...“경기민감주 긍정적”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역사점 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내년에도 이러한 ‘바이코리아’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호재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달러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신흥국 중에서도 수출 중심국인 우리나라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에 국내 증시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순유입 돼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여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투자자 예탁금 증가 등을 감안하면 개인의 수급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편, 우호적인 투자 환경에서 외국인의 수급 여건이 더해져 증시 활황을 뒷받침 할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6.22포인트(0.62%) 내린 2601.54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장 초반 2642.26까지 치솟아 전날 기록한 역대 장중 최고치(2628.52)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기관 위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하락 전환했다. 다만 외국인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16년 7~8월(19거래일 연속) 이후 4년 3개월여 만에 최장기간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29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행진...개인은 6조 순매도하고 곱버스 베팅
외국인은 2173억원을 순매도한 지난 4일을 제외하고 이달 거래일 모두 순매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735억원을 순매수했다. 월 순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 2013년 9월(7조6000억원)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시가총액 1위 대장주로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삼성전자를 2조4431억원 사들였다. 이어 LG화학(1조3474억원), SK하이닉스(9826억원) 순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9088억원을 팔아치웠다. 이와 함께 개인은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개인은 이달 들어 ‘코덱스(KODEX) 200 선물인버스 2X'를 6495억원 사들여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 지수를 2배로 역추종해 일명 ’곱버스(곱하기+인버스)‘로 불린다. 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방식이다. 개인은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1배 역추종하는 ’코덱스 인버스‘도 1314억원 어치 사들였다.
다만 증권가는 개인의 하락 베팅이 강해지고 있지만 이를 시장 하락의 시그널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투자자예탁금이 불어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대기 중인 자금으로, 지난 18일 65조1359억원을 기록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상품에 대한 순매수 금액의 누적은 어찌 보면 지수의 상승과 더불어서 함께 진행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또 개인의 매도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예탁금이 오히려 증가해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기존 수급 주체인 개인들의 수급 여력이 형성된 가운데 추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향이 강한 외국인들의 수급 여건까지 뒷받침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수출 기대감이 외인 매수세 자극...“펀더멘털 개선주 주목”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외국인이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가 달러 환산 기준으로는 아직 전고점을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달러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코리아(MSCI Korea) 지수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고점을 0.4% 상회한 반면, 달러 환산 코스피 기준으로는 아직 전고점 대비 4.2%를 하회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점에선 달러 환산 코스피 기준으로 전고점까지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원·달러 환율의 수준이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높아 코스피의 이익 전망이 수출 증가율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수출 총액은 원·달러 환율과 높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즉,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 환율이 하락하고 수출도 개선된다.
김 팀장은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52원 수준이지만 환율과 수출의 역의 상관관계는 환율 1050원 이하부터는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존재할 수 있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원·달러 환율 수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는 반도체주의 주가 향방도 주목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논란이 있겠지만 원화 강세는 반도체 부문 수익성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변수면서도, 주식 수급 상으로는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전략 측면에서 이러한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반도체주의 경우 수출 호조 등 펀더멘털 개선과 관련된 특징이 발견된다. 국내 투자자도 이런 관점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탄한 경제를 토대로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한국 증시의 투자매력을 외국인에게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다”며 “수출 증가라는 펀더멘털 개선 요인은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하는 재료로 충분히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경기민감주 업종이 전보다 수출이 잘되고 있어 관련 업종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수출 실적을 통해 업황 회복 여부를 점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