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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협회장 관피아·정피아가 '싹쓸이'…文정부 출범 후 역주행


입력 2020.11.29 06:00 수정 2020.11.28 08:3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은행‧손보‧생보 '3대 금융협회장'에 서울보증까지 관료‧정치인 독식

한국거래소 수장 자리에도 관피아 유력…거래소노조 "손병두 반대"

서울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3대 금융협회장 자리를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휩쓸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 근절에 나서며 민간협회장이 상당 부분 업계 몫이 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골적인 역주행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인선 작업을 진행한 3대 금융협회장 가운데 2곳이 관료 출신이, 1곳은 전직 정치인이 각각 내정됐다. 금융시장이 정치의 입김에 휘둘리는 시절이다 보니 협회장 자리가 정치인까지 명함을 돌리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와 함께 이대로 가면 다른 금융권 '장(長)'자리도 전직 관료와 정치인에 의해 장악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우선 금융권 최대 유관단체인 은행연합회 수장에는 관료 출신인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낙점됐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과정,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등을 지냈다. 기획재정부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을 맡는 것은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6년만이다.


손해보험협회장에는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이달 임기를 마치고 직행했다. 지난 10년 간 손보협회 회장 자리는 세월호 사태로 관피아 근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2014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관피아 돌려막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생명보험협회는 3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 부단장을 지낸 '정피아'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을 단독 후보로 내세웠다. 정치인 출신 생보협회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장 자리뿐만 아니라 공적 성격의 금융기관장 자리도 금융관료 출신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SGI서울보증의 신임 사장 자리에도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돼 다음달 1일 공식 취임한다. 유 내정자는 행정고시(29회) 출신으로 지난 6월까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한달 째 공석인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손 전 부위원장을 겨냥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손 전 부위원장을 추천한 게 거의 확실해졌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의 추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손 전 부위원장의 임명 추천에 반대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일련의 인사를 두고 금융권에선 "이젠 여론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와 함께 관피아가 자리하는 퇴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거세진 당국 규제와 정치외풍 앞에 업계를 보호해줄 '바람막이' 인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과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의 견제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 역할이 어느때 보다 약해진 사이 시대착오적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눈치라도 보면서 관피아가 내려왔는데, 이젠 견제할 세력도 없다보니 활개를 치는 것"이라며 "향후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세월호 사태처럼 금융권 관피아, 정피아가 지적 받는 날이 오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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