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타결 가능성은 '안갯속'
현장조직 "합의안, 실망과 분노"…한국GM "어려운 상황서 최선"
4개월 여간의 진통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한국GM의 명운이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한국GM 노사는 임단협 갈등으로 초래된 경영난을 극복하고 '상생'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부결되면 경영난 가중으로 양측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동조합은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이틀간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과반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임단협 협상은 최종적으로 타결된다.
그러나 합의안 최종 타결을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현장 노동자 조직에선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굴욕적인 합의"라며 부결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잠정합의안이 나오고 이틀 뒤인 지난 27일 한국GM노조 한 현장조직 소식지는 "잠정합의안은 3년 간 임금동결, 부평2공장 창원 물류와 제주 부품 폐쇄 등 주요 내용 중 단 한 가지도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며 "이 기회에 똑바로 잡지 않으면 영원한 굴종의 삶으로 살아야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소식지는 이어 "이번 교섭을 바라본 조합원들은 실망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도 반대에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사측이 더 나은 합의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글로벌GM에서는 한국GM의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안은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이 보다 더 나은 조건을 내놓기 어렵다는 의미다.
악화일로를 걷는 실적도 사측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있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엔 코로나19 등으로 6만대 이상의 생산손실을 입었고 노조의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손실이 추가되며 회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특히 GM 미국 본사는 최근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상황이다. 실제 GM은 호주·태국·인도네시아 공장을 철수하는 등 해외 생산기지를 접은 전례가 다수 있어 단순한 엄포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한국GM 철수가 현실화되면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부품 협력업체의 줄도산과 지역경제 붕괴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4일 이같은 사태를 우려한 듯 "한국GM 노조의 파업은 자해 행위"라며 "GM 본사에 철수할 명분을 주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안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회사로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GM 본사를 힘들게 설득해 할 수 있는 최선을 얻어냈다"며 "조합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