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정세 요동치는 중동 찾는다

4일부터 2박3일…'마나마 대화' 연설

정세 살피고 협력 방안 모색할 듯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란 핵과학자 피격으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는 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동을 찾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동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강 장관은 3일 밤 저녁 출국해 두바이를 경유한 뒤 바레인으로 향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4일 바레인 정부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공동 주최하는 제16차 마나마 대화에서 '코로나19 상황 하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연설한다.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 국가 외교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마나마 대화는 △아시아 '샹그릴라 대화' △유럽 '뮌헨 안보회의' 등과 함께 주요 국제 안보포럼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4년부터 중동은 물론 미국·유럽 등의 외교·국방 분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참석 인원이 80여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대면·화상회의가 병행될 예정이다.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피살된 현장(자료사진) ⓒAP/뉴시스

이란 핵개발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피살 여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 외교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란 핵합의(JCPOA) 복원을 공언해온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이 이번 피살 사건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당사국인 이란이 테러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 방침을 밝힌 만큼 이번 포럼을 계기로 진정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려면 중동을 보라는 얘기가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동 외교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보건·경제 협력 증대 도모
"협력 현황 점검하고 가속화 방안 협의"

강 장관은 중동 정세를 살피는 한편 에너지·보건·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증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5일 저녁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외교부 장관과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갖는다. 6일에는 두바이 엑스포(EXPO) 현장을 찾아 건설 중인 한국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린 빈트 이브라힘 알 하쉬미 국제협력 장관 겸 두바이 엑스포위원장과의 회담도 예정돼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며 "원전과 에너지, 식량안보,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협력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 사업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가속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UAE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한국산 검체 채취키트를 수입한 국가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중동 보건협력 유관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관련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우리 기업의 신규 사업 발주와 관련한 측면 지원에도 나설 전망이다. 향후 중동 인프라 건설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건협력 등을 매개로 접점을 넓혀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강 장관은 공식 유치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부산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전 지지 확보 노력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전 1호기 가동식에 참석하려다 코로나19 위기로 무산됐다"며 "이번 장관 방문이 고위급 교류 모멘텀을 유지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2호기의 모습(자료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