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니켈 등 가격 최고치 경신…LS 25%, 현대비앤지스틸 31% 급등
중국·친환경 수요로 추가 인상 가능…"관련 주가 상승세 어이질 것"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비철금속 관련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 약세와 경기회복으로 인해 수요 급등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비철금속들이 2차 전지, 친환경 선박 등 소재로 활용되는 등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관련 종목들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풍산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1.74%) 상승한 2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알루코는 전장보다 205원(4.45%) 오른 4815원에, DSR제강은 160원(3.43%) 뛴 4820원에 장을 마쳤다. 대부분의 비철금속주가 상승세를 탄 가운데 LS(-1.49%), 고려아연(-0.25%), 현대비앤지스틸(-0.71%) 등 일부는 소폭 조정장세를 나타냈다.
비철금속은 철(鐵)을 제외한 구리, 알루미늄, 니켈, 아연 등 제조·건설업에 주로 활용되는 금속을 의미한다. 이런 비철금속을 제련·가공하는 기업 주가는 최근 한 달간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2일 5만3700원으로 마감했던 LS주가는 이번 달 4일 6만7200원으로 25.1% 급등했다. LS는 구리 제련기업인 LS니꼬동제련을 보유하고 있다. 구리를 가공하는 풍산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만4750원에서 2만8800원으로 16.3% 상승했다.
알루미늄과 관련된 종목도 상승세다. 삼아알미늄 주가는 같은 기간 7720원에서 9020원으로 16.8% 올랐다. 이외에 조일알미늄(17.5%), 알루코(0.2%) 등도 동반 상승했다. 니켈 관련주인 황금에스티와 현대비앤지스틸도 이 기간 동안 각각 25.5%, 31.5%씩 급등했다. DSR제강도 2.9% 올랐다. 아연을 제조하는 영풍(7.2%)과 고려아연(2.3%) 주가도 소폭 올랐다.
해당 종목들이 상승하는 이유는 원자재인 비철금속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전기동)은 톤당 7741.5(약 837만원)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다. 니켈 가격은 지난달 27일 톤 당 1만6373.0 달러로 최근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외에 알루미늄(2051달러), 아연(2809달러) 등도 지난 9월 말 이후 15%씩 상승했다.
이처럼 비철금속이 상승흐름을 탄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제조업 경기가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1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2.1포인트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다. 중국은 구리를 포함한 비철금속의 최대 수요처다. 최근 약세로 전환한 달러가격도 비철금속 가격 강세에 호재다. 안전자산인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비철금속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비철금속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사업에 필수적인 재료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차(15kg)보다 6배 많은 90kg의 구리가 투입된다. 니켈은 전기차에 착용되는 2차 전지의 핵심 원료다. 알루미늄은 전기차와 친환경 선박 외관 재료로 사용된다.
아울러 비철금속 가격이 더 오르면서 '슈퍼 사이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슈퍼 사이클은 지난 2003년 비철금속을 포함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은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했던 2000년대의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내년에 이어질 친환경 정책에 연동돼 비철금속의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공급량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 건설, 전기차 등 필요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내년 수급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면 신동 부문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풍산과 같은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게 되는 만큼 향후 상승세도 가팔라질 것"이라며 "고려아연 등 다른 비철금속 기업들도 올해 코로나19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양호한 이익 흐름을 유지하면서 버텨냈던 만큼 가격 상승으로 주가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