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국방예산에 '태평양 억지구상'
주둔국이 中 5G 기술 활용시 '위험' 검토
"바이든 행정부에 분명한 전진 신호"
미국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시사하는 국방수권법안(국방예산안)을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압박 의지를 거듭 피력해온 상황에서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대중 견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하원은 공동합의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태평양 억지 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을 신설해 약 22억 3500만달러(약 2조 42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대중 압박 전선을 구체화해왔다는 점에서 해당 예산은 미 의회가 내년 초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한목소리로 '노선 유지'를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태평양 억지 구상 관련 조문에는 "동맹국 및 협력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능력과 준비성 향상"이 명시돼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장은 해당 법안과 관련해 "미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 군사 전략에 있어) 전진하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 연합 전선을 꾸려 대중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미 의회가 태평양 억지 구상까지 내놓음에 따라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속한 주한미군은 물론, 동맹인 한국에도 '적극적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방수권법안에는 화웨이, ZTE(중싱·中興) 등 중국 5G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대한 군대 및 군사장비 배치를 재고토록 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이 수정 없이 통과될 경우, 미 국방부는 향후 1000명가량의 대대급 부대를 추가 파병하거나 주요 무기체계를 영구배치하기 앞서 주둔국의 통신망(5G)과 관련한 위험요인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미 국방부 장관은 주둔국 통신망이 미군 병력·장비·작전에 미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미 의회에 보고까지 해야 한다.
관련 조항은 미군뿐만 아니라 미군 가족 등이 중국 5G 통신망에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어디서나 적용 가능하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의 중국 5G 기술에 대한 견제구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를 일정 부분 수용한 측면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중국산 5G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해왔다.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는 중국산 장비 배제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SK텔레콤과 KT를 "깨끗한 통신사(clean carriers)"라고 칭한 바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태평양 억지 구상 △중국산 5G 기술 견제 등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마련해 초당적 대중 압박 기조를 재확인한 만큼, 동맹인 한국의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는 안보관계, 중국과는 무역 동반자 관계에 끼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