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투아네트’, ‘현미빵’ 등 조롱 섞인 별명까지
“그동안 빵 안 만들고 뭐했나” 비판도
공급부족 전 정권 탓?…文정부때 인허가 더 감소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참석해 "전세난 해결을 위해 다세대보다는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또 전세대책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묻자,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5년 전에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 아파트 대신 빌라 등을 확보해 질 좋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라고도 했다.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을 반박하는 김 장관에 대해 여론은 싸늘했고, ‘마리 빵투아네트’, ‘현미빵’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얻게 됐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제빵 정책이었다는 사실”, “아파트가 빵이라도 서민은 비싼 빵 못 사먹는다”, “그동안 공급이 충분하다더니, 5년 전 공급부족이 문제였다면 그동안 빵 안 만들고 뭐했나” 등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도 서민들의 고통을 빵에 비유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페이스북에 ‘아파트가 빵이라면’이라는 김 장관의 가정법을 가져와 “현미가 쌀이라면 당장 바꿀 것”이라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삽화에 “김현미 장관님이 마련해주신 집이야”라고 올렸다. 이 동화는 마녀가 과자집으로 굶주린 남매를 꾀어낸 뒤 우리에 감금하는 내용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철저하게 무능한 이 정부가 아파트정책에 실패해 놓고 이제 와서 정책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죄 없는 아파트를 빵이 아니라고 탓하니 국민들 속을 또 뒤집어 놓는다”며 “아파트가 하루 만에 지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김 장관이 공급 부족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렸으나, 이전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인허가 실적은 더욱 줄어든 것을 통계 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인허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에는 취임 첫해인 2013년 총합 44만116가구, 2014년 51만5251가구, 2015년 76만5328가구까지 늘다가 2016년에는 72만6048가구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의 서울 주택공급은 2013년 7만7621가구에서 2014년 6만5249가구, 2015년 10만1235가구, 2016년 7만4739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2017년 5월~)의 경우 취임 첫해인 2017년 전체 인허가 물량은 65만3441가구이며, 취임 이듬해인 2018년에는 55만4136가구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약 44만8000가구를 기록하며 박근혜 정부 이후 감소세를 이어왔다. 올해의 경우에도 9월까지 누계 기준이 31만4000가구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인허가 물량도 줄어들었다. 취임 첫해는 11만3131가구였으나, 이듬해에는 6만5751가구, 지난해에는 6만2272가구를 기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싶어도 현 정부의 각종 규제들로 주택 공급이 발목이 잡혀 시장에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급에 대한 원칙을 바꾸지 않는 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집값 상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