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경영자와 원청에 중벌 부과는 부당"
"산재예방 효과보다는 경영활동 위축 부작용이 더 클 것“
"산업안전정책 '사후처벌 위주'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경제단체들이 정부와 범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중대재해법)에 대해 “모든 사고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경영인·원청에게 귀속시키며 과중하게 짓누르는 법안”이라며 저지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과 각 업종별 대표단체 등 30개 협·단체들은 16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 중대재해법 입법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경제계는 그동안의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사죄를 표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둘 것을 다짐하면서도 중대재해법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계는 “헌법과 형법을 중대하게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법 제정에 반대하며, 입법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법으로,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계는 “결국 원청 경영자의 자리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운수소관의 운명이 되고 연좌제로 당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유해·위험방지라는 의무범위도 추상적·포괄적이며, 사실상 과실범에 대해 2~5년을 하한형으로 징역형을 부과하고, 3~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은 물론,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국내에서 추진 중인 중대재해법이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없는 형사처벌까지 담고 있고, 기업에 대한 벌금 외에 경영책임자 개인처벌, 영업정지·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처벌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우리나라 산업안전정책의 기조를 현행 ‘사후처벌 위주’에서 ‘사전예방 정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안법상 사망재해 발생 시 처벌수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으나, 우리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산업국들에 비해 사고사망자 감소효과는 더 낮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결국 사망사고 감소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보다는 다른 나라보다 미흡한 산재예방정책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경제계는 “670여개의 획일적이고 방만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규칙도 업종과 산업현장 특성에 적합하도록 전면 재정비해야 하며, 경영책임자와 현장안전책임자 간, 원청과 하청 간의 역할과 관리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적정한 책임소재를 정립하는 것도 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방안과 근로감독관이 아닌 별도의 산업안전전문요원 운영방안을 검토하고, 민간컨설팅과 민간교육기관을 강화하는 등 범국가적인 안전보건 인프라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기존의 규제와 처벌위주 산업안전정책에서 탈피해 인력충원, 시설개선, 신기술 도입 등 안전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자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민관 협동 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 제정시 산재예방 효과보다는 경영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업들의 CEO와 원청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으며, 오히려 과감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을 하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안전에 대한 인력과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처벌위험에 상시 노출돼 이에 따른 우려와 부담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이미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이 올해부터 적용돼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향후 몇 년간은 이 법에 따른 평가를 거친 후에 중대재해법안의 제정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역대 최대의 경제·고용위기 극복에 전력투구하고 있음에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특고 고용보험법 등이 무더기로 통과돼 규제 쓰나미로 크게 상심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중대재해법안까지 입법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받는 충격과 좌절감은 어느 정도일지 정부와 국회가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음에도 모든 사고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경영인·원청에게 귀속시키며 과중하게 짓누르는 입법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